[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속전속결이었다. 시장 개장에 앞서 가치를 산정했고 이에 맞춰 빠르게 계약을 마쳤다. 오버페이 논란도 있지만 구단이 정해둔 범위 안에서 거래가 완성됐다. 신구장 시대에 맞춰 암흑기 이별을 준비한 한화 얘기다.

오픈런 같았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열린지 이틀째 심우준과 4년 최대 50억원. 사흘째에는 엄상백과 4년 최대 78억원에 사인했다. 그렇게 FA 외부 영입을 마무리했다. 주전 유격수와 토종 선발진을 보강하면서 수비 불안과 이별하고 마운드 업그레이드를 이뤘다.

물음표가 붙을 수 있다. 너무 성급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가격이 내려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경쟁 구도가 형성된 순간,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장 논리가 그렇다. 이전에 체결된 FA 대형 계약도 그랬다. 2017년 1월 역대 최초로 계약 규모 150억원을 돌파한 이대호를 두고 KBO리그 롯데와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의 한일전이 펼쳐졌다. 최정에 앞서 FA 누적 최고액(277억원)을 달성했던 양의지도 뜨거웠다. 첫 번째 FA에서 두산과 NC, 두 번째 FA에서는 NC와 두산에 이어 한화까지 삼파전이 벌어졌다.

당연히 심우준과 엄상백의 네임벨류가 이대호와 양의지에게 미치지는 못한다. 그래도 한화 KT 외에 세 번째 팀이 붙는 순간 가격은 더 오른다. 엄상백 계약 과정에서 한화가 고려한 부분도 여기에 있었다.

엄상백과 같은 선발 자원인 최원태가 시장에 있을 때 엄상백을 먼저 잡는 게 낫다고 봤다. 최원태를 노리는 팀이 엄상백으로 선회하면 최소 삼파전이다. 그래서 한화는 지난 7일 심우준과 계약을 확정 짓자마자 엄상백과 계약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즉 ‘오늘 사는 게 가장 쌀지도 모른다’는 판단이었다. 경쟁균형세(샐러리캡) 기준선이 상향된 만큼 경쟁 구단이 늘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중간 투수를 노리는 구단이 선발 투수로 타깃을 바꾸거나, 모그룹에 지원금 규모 확대를 요청하는 구단이 나올 수 있다고 예상했다.

물론 예상이 맞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일단 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장현식을 두고 화끈하게 불이 붙고 있다. 장현식의 행선지가 결정되면 다른 중간 투수 FA로 불이 번질 수 있다. 한화는 마음 편하게 구경만 하면 된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