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후배들에게 좋은 길을 열어주려면 잘해야 한다. 어깨가 무겁다.”

한국 축구 각급 대표팀 ‘여성 사령탑 1호’로 거듭나며 유리천장을 깬 황인선(45) 여자 U-20대표팀 신임 감독은 또박또박 자기 축구에 대한 견해를 내놨다. ‘무거운 책임감’을 여러 차례 언급한 그는 온 힘을 다해 여자 후배 축구인이 대표팀에서 지도 역량을 키우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을 다짐했다.

황 신임 감독은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일주일 전에 대한축구협회(KFA)로부터 (감독직) 제안을 받고 면접 등을 거쳤다. ‘설마 내게 기회를 줄까’라고 생각했다”며 “아직 여자 지도자가 대표팀에서 검증이 안 됐다. 하지만 실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KFA는 지난 9일 ‘황인선 여자 A대표팀 코치를 U-20 대표팀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면서 ‘국내 학교, 실업팀에 여자 감독이 일부 있지만, 각급 대표팀에서 여자 사령탑을 맡는 건 황 감독이 처음’이라고 했다.

현역 시절 인천현대제철, 서울시청에서 뛴 황 감독은 2003년 미국 여자월드컵에 참가하는 등 10년간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한 여자 축구 1세대다. 2003년 여자 아시안컵 3, 4위전 일본과 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 여자축구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다. 은퇴 이후 2007년 서울시청 코치로 지도자에 입문한 그는 2010년 독일에서 열린 여자 U-20 월드컵에서 최인철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한국이 3위를 차지하는 데 이바지했다. 이후 여자 연령별 대표팀 코치를 맡다가 2019년 말 콜린 벨 감독이 A대표팀에 부임한 이후 코치 생활을 해왔다. 그는 오는 27일과 30일 고양에서 열리는 뉴질랜드와 여자 축구 A매치 2연전까지 벨 감독을 보좌하고 12월부터 정식으로 U-20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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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감독은 “벨 감독께서 (내가 U-20 대표팀에 가는 것을) 허락하셨다더라. A대표팀이 내년 1월 아시안컵이 있는데 중간에 빠지게 돼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어떻게 이끌지 깊게 생각한 건 아니다. 다만 현재 A대표팀의 세대교체가 잘 안되는 게 사실이다. 연령별 대표를 맡은 만큼 원석을 발굴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판곤 KFA 국가대표팀전력강화위원장은 황 감독 선임 이후 “전방 압박과 능동적인 축구로 경기를 지배하는 스타일도 우리가 지향하는 바와 일치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기술을 지닌 선수를 선호한다. 볼을 잘 다뤄야 여유 있게 상황 인식을 하고 원하는 축구를 할 수 있다”며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공격 지향적인 축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한 힘과 피지컬을 지닌 유럽 선수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과 속도를 지닌 한국만의 스타일을 극대화하고 싶다는 의지도 보였다.

황 감독의 1차 미션은 내년 8월 코스타리카에서 열리는 FIFA 여자 U-20 월드컵이다. 지난 2019년 AFC 여자 U-19 챔피언십에서 3위를 차지해 U-20 월드컵 출전권을 따낸 대표팀은 코로나19로 2020년 대회가 취소되면서 2022년 본선 티켓을 자동으로 확보했다. 대회까지 9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황 감독은 “(코치로 참가한) 2010년에 3위 했으니 그것보다 더 잘해야 하지 않겠냐”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그는 “11년 전 월드컵에서 U-20 팀이 3위하고, U-17 팀이 우승하며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나 역시 다시 붐업하는 데 이바지한다면 1세대로 할 일을 다 한 게 아닐까 싶다”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