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신사와아가씨
KBS2주말극 ‘신사와 아가씨’ 출처|KBS

[스포츠서울 | 박효실기자] “아닌 건 아닌겨” “이건 아니라고봐”

지난 14일 자체 최고시청률 32.4%를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인 KBS2주말극 ‘신사와 아가씨’가 방송 말미 주인공 이영국 역 지현우의 기억상실증을 암시해 논란이 되고있다.

14세의 나이차, 재벌회장과 가정교사, 아이셋 딸린 홀아비와 미혼여성 등 세상의 편견 속에서도 꿋꿋이 사랑을 키우며 직진해온 이영국과 박단단(이세희 분) 커플에게 ‘막장’ 의 먹구름이 깔렸기 때문.

14일 방송에서 영국은 사기결혼을 당할 뻔한 동생 이세련(윤진이 분)을 용감하게 구해준 단단에게 강한 믿음을 갖게된다. 그저 돈 많은 회장을 좋아하는 어린 여자쯤으로 치부하는 세상의 시선에 당당히 맞설 용기도 생겼다.

하지만 영국은 혼자 생각을 정리하려 산에 올랐다가 실족해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졌다. 이어진 예고편에서 영국은 “여기가 어디지? 난 누구지?”라고 말해 기억상실을 암시했다.

막장 드라마의 단골소재인 기억상실이 등장하며 ‘신사와 아가씨’ KBS시청자게시판은 그야말로 항의글로 들끓었다.

시청자들은 방송이 끝난 뒤 “잘 전개되고 있다가 결말이 뜬금없이 기억상실증이라니요. 교통사고 아니면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좀 아니지 않나요” “다른 드라마와 다르게 사이다여서 재미있었는데 다음주부터 고구마 먹게 생겼네요” “기억상실증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90년대 드라마도 아니고”라는 반응이었다.

기억상실에 이같이 과민반응이 쏟아진 이유는 숱한 드라마에서 너무 자주 이 장치를 써왔기 때문. 최근 종영작과 방영작들만 떠올려봐도 KBS2‘오! 삼광빌라(2020)’의 정보석, SBS‘펜트하우스3(2021)’의 김소연, SBS‘원 더 우먼’의 이하늬, 현재 방송 중인 JTBC‘너를 닮은 사람’의 김재영까지 안방극장에는 기억을 잃은 이들이 즐비하다.

폭풍전개를 이끌던 주인공을 일시멈춤으로 세워두고, 다시 기억을 찾을 때까지 애타는 긴장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억상실’은 드라마 작가들이 약방의 감초처럼 사용해온 전례가 있다.

하지만, 해도해도 너무 많다. 오죽하면 지난 2019년 방송된 tvN‘사랑의 불시착’에서 한류드라마 덕후로 그려진 북한병사 김주먹이 “남조선 드라마에선 열에 아홉은 기억상실증 환잡네다. 그건 자본주의에선 굉장히 흔한 병이디요”라고 말했을까.

배우 공효진은 JTBC버라이어티 ‘더 로맨스(2020)’에 출연한 김지석이 “기억을 잃은 여자와 기억을 찾아주고픈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시나리오를 작업 중이다”라고 하자 “진부하다. 클리셰 아냐? 난 기억상실 들어간 작품 절대 안 한다”고 팩폭하기도 했다.

한편 이영국의 기억상실이 드라마의 전개에 끼칠 영향에 궁금증이 모아지고 있다. 연예계 관계자는 “김사경 작가의 집필 스타일 상 고구마 전개를 할 것같지는 않다. 갈등이 있어도 그때그때 문제를 해결해왔고 그게 ‘신사와 아가씨’의 인기비결 아니냐. 꼭 필요한 스토리가 있어서 기억상실이 등장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gag11@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