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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배우근기자] 올시즌 프로야구 챔피언은 KT 위즈다. 창단 8년만에 정상을 차지했다. KT는 정규시즌 우승 후에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4전 전승으로 통합우승을 일궈냈다.

스포츠는 스웨덴 출신 그룹 아바의 노래처럼 ‘The Winner Takes It All’이다. 아바는 ‘승리자는 모든 것을 다 차지하고 패자는 초라하게 서 있을 뿐’이라고 노래한다.

그런데 올해 한국시리즈의 패자, 두산은 초라하지 않고 의연했다. KS 4차전에서 승패가 갈린 후 곧바로 그라운드를 떠나지 않았다. 원정팀 더그아웃 앞에서 승자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2년 연속 준우승으로 가슴이 쓰릴만도 했지만, ‘패자의 품격’을 보여줬다.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은 와일드카드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진격했다. 길은 험난했지만, 마침내 최종무대까지 진출했다. 그렇게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뚜렷하게 새겼다.

그럼에도 2등의 영광은 1등의 그림자에 묻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두산의 품격은 그라운드에서 보낸 박수가 끝이 아니었다. 신문에 아예 대문짝만하게 축하 광고를 내보냈다.

‘KT위즈의 우승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라는 제목하에 ‘구단 창단 후 첫 우승을 이룬 KT 이강철 감독과 선수단, 팬분들께 진심으로 축하를 보냅니다’라고 썼다.

그리고 사진이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김태형 감독을 위시한 두산 선수단이 나란히 서서 KT 선수단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다. 누구 한 명 빠지지 않고 박수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KT를 축하하는 두산의 광고는 사실 매우 놀랍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우승을 자축하는 광고는 매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패자가 먼저 승자를 축하하는 모습은 처음이라 그렇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있었다. 지난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패한 LA다저스가 승자가 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우승을 축하했다. LA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과 휴스턴 AJ 힌치 감독이 포옹하는 사진에 ‘LA 다저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2017 월드시리즈 우승을 축하합니다’라고 적었다.

LA다저스는 이듬해 2018년 월드시리즈에서 패한 뒤에도 챔피언이 된 보스턴 레드삭스를 위해 축하 광고를 내보냈다.

국내 프로야구에선 그 품격을 두산이 이었다. 비록 최종전에서 패했지만 승자를 인정하는 스포츠맨십을 보였다.

KT는 두산의 축하에 어떻게 화답할지 궁금하다.

배우근의롤리팝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