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기어코 봄을 견뎌볼 테니, 나를 사랑해 줘.”

인디 아티스트 한로로의 곡 ‘입춘’은 매서운 겨울을 버텨내고 마주한 청춘의 벅찬 숨결을 노래한다. 다듬어지지 않은 듯 거칠면서도, 그 안에 담긴 진심 어린 밴드 사운드는 치열한 내일을 마주하는 이들에게 묘한 위로를 건넨다. 폭스바겐의 풀사이즈 대형 SUV, 아틀라스(Atlas)를 처음 마주하고 운전석에 올랐을 때 느껴진 감각도 이와 비슷했다. 화려한 기교나 자극적인 조미료 대신, 묵묵하고 단단하게 섀시(Chassis)의 뼈대를 지키는 폭스바겐 특유의 듬직함 말이다.

사실 아틀라스의 익스테리어는 트렌디하거나 에어로다이내믹(Aerodynamic)을 극도로 좇는 유려한 곡선과는 거리가 멀다. 전면부의 거대한 프론트 그릴과 듀얼 렌즈 헤드램프, 그리고 측면을 관통하는 볼드(Bold)한 캐릭터 라인은 정통 2박스 SUV의 투박한 공식을 그대로 따른다. 후면부 역시 차체를 가로지르는 수평형 테일램프를 통해 시각적인 안정감과 차폭을 강조할 뿐, 과한 치장을 배제했다. 언뜻 보아선 이 차가 가진 진짜 무기가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채기 어렵지만, 도어를 열고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 폭스바겐의 모듈형 플랫폼인 MQB가 빚어낸 ‘패키징의 마법’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틀라스의 진가는 시각적 요소가 아닌 ‘압도적인 공간 거주성’에 있다. 운전석에 앉아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 직관적으로 정돈된 디지털 콕핏 프로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시야에 들어온다. 하지만 진짜 감탄은 B필러 뒤쪽의 공간 창출 능력에서 나온다.

3m에 육박하는 휠베이스(축간거리)를 바탕으로, 세 명의 아이들이 어느 자리를 차지하든 다툼이 일어나지 않을 만큼 광활한 2열 공간을 자랑한다. 대형 SUV들의 영원한 딜레마인 3열 역시, 루프라인을 억지로 깎아내지 않은 덕분에 성인이 탑승해도 헤드룸과 레그룸의 타협을 요구하지 않는다. 아내 소연과 세 아이의 짐을 가득 싣고 떠나는 장거리 여행에서도 테트리스를 하듯 짐을 욱여넣을 필요가 없다는 것, 이것은 다둥이 아빠들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스펙이다.

주행 질감 역시 한로로의 담백한 보컬처럼 뼈대가 굵고 정직하다. 거대한 차체를 이끌고 도로를 나설 때, 부드러움 속에 숨겨진 탄탄한 댐핑 스트로크(Damping Stroke) 세팅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노면의 요철을 구름처럼 지워내는 에어서스펜션의 인위적인 푹신함은 아닐지라도, 과속방지턱을 넘은 직후의 바운싱이나 급격한 거동 변화에서 오는 피칭(Pitching) 억제력이 탁월하다.

고속 크루징 시에는 뛰어난 NVH(소음·진동 억제) 성능과 폭스바겐 특유의 묵직한 직진 안정성이 더해져 장거리 주행에서의 운전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덜어준다. 거대한 덩치에 비해 스티어링 기어비가 꽤나 타이트하게 조율되어 있어, 굽이진 와인딩 구간에서도 언더스티어를 최소화하며 궤적을 정직하게 따라간다.

한로로의 ‘입춘’이 거친 기타 리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희망을 노래하듯, 폭스바겐 아틀라스는 도로 위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주행 변수 속에서도 탑승자를 든든하게 보호한다. 0-100km/h 도달 시간이 몇 초인지, 코너의 에이펙스(Apex)를 얼마나 날카롭게 파고드는지는 이 차의 목적과 거리가 멀다. 그

저 온 가족의 일상을 가득 품고, 어떤 노면 환경이든 묵묵하고 안정적으로 이끌어준다는 것. 매일의 치열한 삶 속에서, 무덤덤해 보이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아틀라스의 넒은 품은 가장 확실한 위안이자 단단한 안식처가 되어준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