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C, 韓 대표 ‘독자 선발’ 철회
논란 끝 봉합…KeSPA와 동행 재개
원칙은 지켰다…남은 건 ENC의 증명
ENC, ‘국가대표 브랜드’ 만들 수 있나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논란의 중심에 섰던 ‘e스포츠 네이션스 컵(ENC) 2026’이 결국 한 발 물러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e스포츠 재단(EF)은 독자적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를 선발하려던 방침을 철회하고, 한국e스포츠협회(KeSPA)와 다시 손을 잡았다.
갈등은 봉합됐다. 원칙도 지켜졌다. 양측은 오는 11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리는 ENC 준비를 위해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공동의 방향성을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핵심은 분명하다. 국가대표 선발은 각국의 시스템이 맡는다. 한국은 KeSPA가 주도하는 기존 선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

당연한 결론이다. 그러나 이 ‘당연함’을 지켜내기까지 과정은 복잡했다. EF 측이 특정 선수 선발에 관여하려 했다는 의혹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한국의 ‘국가대표’ 시스템 자체를 흔드는 시도였다. 국가대항전의 근간은 ‘대표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나라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선수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선발되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번 논란은 그 출발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확인시켰다. EF도 결국 이를 인정했다. KeSPA의 전문성과 권한, 그리고 한국이 구축해온 체계적인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측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

여기까지는 ‘수습’이다. 진짜는 이제부터다. ENC의 취지 자체는 분명 의미가 있다. 100개국 이상 참여하는 글로벌 e스포츠 국가대항전의 정례화다. 그림만 놓고 보면 올림픽을 지향하는 구조다. 문제는 ‘방식’이다. 돈과 플랫폼을 앞세운 일방통행은 반발을 부를 수밖에 없다.
이번 재동행이, 단순히 선발권을 인정하는 수준에서 끝나선 안 된다. ‘내셔널 타이틀’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국가대표는 이벤트용 타이틀이 아니다. 수많은 경쟁을 뚫고 올라선 선수에게만 허락되는 이름이다.

태극마크는 그 자체로 무게를 가진다. ENC가 진정한 글로벌 대회로 자리 잡기 위해선 이 무게를 존중해야 한다. 단순히 상금 규모나 참가국 숫자로 평가받는 시대는 지났다. 선수들이 ‘국가대표’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느끼고, 팬들이 그 이름에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국가대항전이다.
KeSPA 역시 책임이 있다. 선발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그리고 경기력으로 이 무대를 증명해야 한다. ‘우리가 맞다’는 주장은 결과로 완성된다. ENC가 태극마크의 가치를 높이는 무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kmg@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