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 원성윤 기자, 영상 | 박경호 기자] “저 흩어지는 어둠 속으로, 마치 혜성처럼 멈추지 않고 달려갈 거야.”
한강공원에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리자 선선한 강바람이 밀려온다. 오디오 볼륨을 높이자 윤하의 시원한 보컬이 터져 나온다. 이번 시승의 주인공과 이보다 더 완벽하게 어울리는 곡이 있을까. 프랑스어로 ‘별똥별(Étoile Filante)’을 뜻하는 르노코리아의 플래그십 쿠페형 SUV, ‘르노 필랑트(FILANTE)’다. 노래 속 혜성처럼 강렬한 궤적을 그리며 등장한 이 녀석의 매력을 윤하의 청량한 목소리에 얹어 찬찬히 뜯어보았다.
◇ “작은 별빛이 향하는 곳”…입체적인 반짝임과 유려한 실루엣



“어둠을 뚫고 지나가는 작은 별빛이 향하는 곳.”
필랑트의 전면부를 마주하면 이 가사가 단번에 떠오른다. 정중앙의 로장주 엠블럼을 둘러싼 다이아몬드 패턴 그릴은 빛을 받을 때마다 마치 무수히 흩어지는 별빛처럼 기하학적이고 입체적으로 반짝인다. 시선을 옆으로 돌리면 필랑트의 가장 큰 매력인 유려한 쿠페 실루엣이 펼쳐진다. 루프 라인이 뒤로 갈수록 완만하고 매끄럽게 떨어지는 비율은 시각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앞 펜더에 선명하게 새겨진 ‘E-Tech 하이브리드’ 배지는 이 차가 르노의 모터스포츠 노하우가 담긴 고효율 전동화 모델임을 암시한다. 독창적인 기하학적 패턴의 대형 알로이 휠과 도어 하단부를 차분하게 감싸는 블랙 하이글로시 마감은 차체의 시각적 무게 중심을 낮춰 한층 더 날렵한 스탠스를 연출한다. 루프 끝에 얹힌 더블 리어 스포일러와 중앙을 향해 날카롭게 뻗은 테일램프는 금방이라도 궤도로 쏘아 올려질 듯한 도발적인 뒤태를 완성한다.
◇ “밤하늘을 날아서 갈 테야”…가족을 품는 낭만적인 우주


“밤하늘을 날아서 갈 테야.”
뒷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면, 이 차가 탑승자를 위해 준비한 낭만적인 우주가 펼쳐진다. 대개 쿠페형 SUV는 스타일을 위해 2열 공간이 비좁다는 편견이 있지만 필랑트는 예외다. 수많은 신차를 시승하며 거주성을 깐깐하게 평가해 왔지만, 이 차는 광활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기분 좋은 반전을 선사한다. 대개 쿠페형 SUV는 스타일을 위해 2열 공간을 희생하지만, 필랑트는 여유로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기대 이상의 광활한 거주 공간을 뽑아냈다.
무엇보다 고개를 들면 블라인드 없이 개방된 대형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가 쏟아지는 한강의 하늘을 그대로 실내로 들여보낸다. 밤이 되면 시트에 깊숙이 기대어 진짜 별똥별을 기다리고 싶어지는, 완벽하게 탁 트인 뷰다. 화이트와 다크 그레이가 매치된 세련된 투톤 가죽 시트는 안락한 라운지 같은 포근함을 더한다.
◇ “멈추지 않고 달려갈 거야”…무중력을 유영하는 250마력의 부드러움


“내 맘을 전하러 갈 테야, 혜성처럼.”
정차 상태의 감상을 뒤로하고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어 올림픽대로로 차를 올렸다. 르노 필랑트의 주행 페달을 밟는 순간, 온몸으로 전해지는 주행질감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기존 동급 차량들에서 전혀 느껴보지 못한 독특하고 이질적인 감성’이다. 특히 1.5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과 듀얼 전기 모터가 결합해 총 출력 250마력을 뿜어내는 ‘E-Tech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폭발적인 수치상의 출력과 달리, 무중력 상태를 유영하듯 극도로 부드러운 질감을 선사한다.
엔진과 모터의 구동 전환이 일어나는 순간조차 운전자가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완벽하게 은닉된다. 주행 모드를 변경해도 날카로운 신경질을 부리기보다 중후하고 세련되게 힘을 서서히 다스린다. 스티어링 휠을 타고 들어오는 노면의 잔진동은 서스펜션 단계에서 완벽하게 걸러져 차체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하게 바닥을 붙드는 댐퍼의 세팅은 운전자에게 극도의 심리적 안정감과 운전의 재미를 동시에 안겨준다.
◇ 어둠을 뚫고 나아가는 가장 부드러운 궤적


복잡한 도심 정체 구간에 들어서자 필랑트의 진가가 더욱 또렷해진다. 도심 주행 시 엔진 개입을 최소화하고 전기 모터 주행 비율을 최대 75%까지 끌어올려 일상적인 도심 출퇴근 구간을 순수 전기차(EV)처럼 소화해 낼 수 있는데, 이때의 정숙성은 적막에 가까우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환경에서도 울컥거림 없이 부드럽게 전진한다. 좁은 골목길이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특유의 유연한 거동 덕분에 스트레스가 전혀 없다. 스타일리시한 쿠페의 외관을 지녔음에도 일상적인 주행에서의 편안함과 실용성을 완벽하게 만족시킨다.
르노 필랑트는 겉보기엔 화려하게 도심을 가르는 날카로운 혜성이지만, 그 안에는 넉넉한 2열 공간과 극상의 부드러운 주행 질감을 품고 있었다. 윤하의 ‘혜성’이 강렬한 밴드 사운드 속에 위로와 낭만을 건네듯, 이 차 역시 스포티한 실루엣 속에 패밀리카로서의 안락함과 출퇴근길의 정숙함을 세련되게 숨겨두었다. 매혹적인 외모 속에 숨겨진 이 250마력 하이브리드의 극상 주행 질감은 도심 속 데일리카를 찾는 이들에게 아주 강력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매일 반복되는 팍팍한 도심의 일상도 이 별똥별과 함께라면 조금 더 눈부시고 부드러운 비행이 된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