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원성윤 기자, 영상=박경호 기자] “좀 다른 Spicy, 청양고추 Vibe. If you wanna know how, I can show you right now.”

가속 페달을 밟자마자 묵직한 스피커를 뚫고 에이티즈(ATEEZ)의 ‘BOUNCY (K-HOT CHILLI PEPPERS)’가 터져 나온다. 강렬하고 저돌적인 베이스 사운드가 차체를 휘감는다. 이 음악의 가사처럼 압도적인 포스를 뿜어내는 녀석. 바로 벤츠의 상징이자 오프로더의 제왕, G클래스의 첫 순수 전기차 ‘메르세데스-벤츠 G 580 위드 EQ 테크놀로지(이하 G 580 전기차)’다.

내연기관의 심장인 V8 엔진의 우렁찬 배기음이 사라진 G바겐이라니. 처음엔 어색함과 일말의 아쉬움이 교차했다. 사각의 투박한 차체, 문을 닫을 때 나는 특유의 ‘철컥’ 하는 쇳소리, 보닛 위로 솟아오른 방향지시등까지 시각과 촉각은 영락없는 클래식 G바겐인데, 청각만큼은 미래를 향해 있다. 현상학적으로 본다면, 사물의 껍데기는 그대로 둔 채 내면의 본질을 완전히 뒤바꾼 ‘존재의 전환’이다.

시동을 켜고(정확히는 전원을 켜고)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일대의 굽이진 산길과 오프로드 코스로 차를 몰았다. 가속 페달에 힘을 주자 무려 3톤이 넘는 육중한 차체가 에이티즈의 거침없는 퍼포먼스처럼 지면을 박차고 튀어 나간다. 4개의 바퀴에 각각 탑재된 개별 전기 모터는 최고 출력 587마력, 최대 토크 118.7kg·m라는 경이로운 괴력을 뿜어낸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 반응은 육중한 덩치를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날렵하다. “터진다 터져 날아라 멀리”라는 가사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폭발력이다.

가장 압권은 오프로드에서의 기동성이다. 진흙탕과 바위가 뒤섞인 가파른 경사로 앞에서 ‘G-로어(G-Roar)’ 사운드를 활성화했다. 내연기관의 배기음을 가상으로 구현한 이 소리는 전기차 특유의 고요함에 야성을 불어넣는다. 진흙길에 갇힌 듯싶을 때, 제자리에서 차체를 360도 회전시키는 ‘G-턴(G-Turn)’ 기능을 켰다. 거대한 차체가 탱크처럼 제자리에서 빙글 도는 순간,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듯한 짜릿함이 전해진다. 바퀴 궤적을 줄여 좁은 험로를 탈출하게 돕는 ‘G-스티어링(G-Steering)’ 역시 전동화가 오프로더에게 부여한 마법 같은 기술이다.

“Slow it down, make it Bouncy.” 에이티즈가 무대 위에서 강약 조절을 통해 퍼포먼스의 완성도를 높이듯, G 580 전기차 역시 무식하게 힘만 쓰는 차가 아니다. 험로에서는 차체 하부의 116kWh 대용량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 탄소 복합 소재로 만든 견고한 스키드 플레이트가 버티고 있고, 최대 850mm 깊이의 물을 건널 수 있는 도하 능력은 내연기관 모델(700mm)을 오히려 뛰어넘는다.

시승을 마치고 도심으로 돌아오는 길, 정체된 아스팔트 위에서 G 580은 야성을 거두고 이내 세련된 도심형 럭셔리 SUV로 돌변한다. 내연기관 특유의 잔진동이 완전히 사라진 덕분에 승차감은 과거 그 어떤 G클래스보다 매끄럽고 안락하다. 투박한 외관과 달리 실내를 감싸는 극강의 정숙성은 전동화가 가져다준 뜻밖의 선물이다. 앞차와의 간격을 기민하게 조절하는 최신 주행 보조 시스템(ADAS)과 부드러운 회생제동은 꽉 막힌 퇴근길의 피로도를 싹 덜어준다.

엔진음이 사라진 고요한 실내는 자연스레 완벽한 청음실이 된다. 부메스터 3D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의 볼륨을 다시 높여 에이티즈의 ‘BOUNCY’를 재생해 본다. 오프로드에서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하던 베이스가 이제는 도심의 화려한 네온사인과 어우러지며 마치 트렌디한 라운지 클럽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압도적인 크기와 유니크한 각진 디자인은 꽉 막힌 빌딩 숲 사이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낸다. 심장을 배터리로 바꾼 G바겐은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것이 아니라, 험로와 도심을 아우르는 완벽한 이중주로 전동화 시대에 맞춰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에이티즈가 K팝 시장에 ‘청양고추’ 같은 색다른 매운맛을 보여주며 글로벌 대세로 자리 잡았듯, G 580 전기차는 기존 럭셔리 전기차 시장에 오프로더라는 ‘좀 다른 Spicy’를 던졌다. 환경을 생각하면서도 마초적인 감성을 포기할 수 없는 이들에게, 이 차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해답이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