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임재청 기자] 그룹 부활이 데뷔 40주년을 맞아 정규 14집 Part-1 ‘Where Is Here’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은 단순한 기념반이 아니다. 리더 김태원이 말한 ‘시간에 흐려진 순수를 되찾고 싶은 그리움’이 앨범 전반에 짙게 배어 있다.
이번 앨범은 2012년 13집 이후 오랜 시간 멈춰 있던 정규 14집의 시작점이다. 김태원은 이번 40주년 기념 앨범 ‘Where Is Here’에 대해 “14년 만의 연결”이라며 “시간에 흐려져가는 순수를 찾아 되돌아 가야 함을 그리워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꺼내든 질문은 결국 하나다. 어디에서 왔고, 무엇을 잃었으며, 지금 다시 찾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부활은 이번 앨범을 통해 그 답을 음악으로 풀어냈다.

그 중심에 놓인 곡이 바로 타이틀곡 ‘돛에 부는 바람’이다. 이 곡은 단순히 40주년을 기념하는 대표곡이 아니라, 김태원이 이번 앨범에 담아낸 정서와 방향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가슴 시린 삶의 여정 속에서도 다시 위로를 향해 나아가는 시 같은 가사와 부활 특유의 서정성이 어우러지며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무엇보다 이번 곡의 정서를 완성하는 것은 박완규의 목소리다. 단순히 부활의 대표 보컬이 다시 노래했다는 반가움만으로 설명하기엔 울림의 밀도가 다르다. 박완규의 보컬은 여전히 폭발적인 힘을 품고 있으면서도, 세월을 통과하며 더 깊어진 감정의 결까지 함께 끌어안는다. 높이 치솟는 순간의 짜릿함보다 한 음 한 음에 실린 농도와 여운이 더 크게 다가온다. 이번 ‘돛에 부는 바람’에서 박완규는 김태원의 서사를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서사를 듣는 이의 삶에 닿도록 들려준다

실제 반응도 인상적이다. “간만에 진짜 음악을 듣는 느낌”, “3분 동안 많은 위로를 받았다”, “오히려 지금 목소리가 더 좋아진 것 같다”, “저 나이에 저 정도 보컬이라니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지며 박완규의 존재감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유효한 보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이번 신곡 속 박완규의 목소리는 과거의 전성기를 소환하는 데 머물지 않고, 부활이라는 이름이 왜 아직도 현재형인지를 가장 강력하게 증명해낸다.
여기에 긴 시간을 지나 여전히 오늘을 살아가는 세대를 향한 김태원식 위로가 은은하게 배어 있다. 젊은 날의 열정보다 세월을 지나온 삶의 결에 가까운 이 노래는, 지금을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의 하루를 담담하게 어루만진다. 그리고 그 위로를 가장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인물이 바로 박완규다. 삶의 풍파를 건너온 사람만이 낼 수 있는 목소리, 거친 듯하면서도 끝내 따뜻함을 남기는 음색은 이 노래를 단순한 록발라드가 아닌 오래 머무는 위로의 노래로 완성시킨다.
앨범의 흐름도 이 같은 정서를 자연스럽게 확장한다. ‘돛에 부는 바람’을 시작으로 김태원의 기억과 추억이 스며든 연주곡 ‘꽃에 녹는다’, ‘꽃’의 새로운 해석, ‘풍경’ 등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서사를 쌓아간다. 여기에 1996년 부활 헌정 앨범을 들고 김태원을 찾아왔던 고 신해철의 미발표곡 ‘천국에서’ 리메이크까지 수록돼, 이번 앨범은 현재의 부활과 지나온 시간의 결이 함께 만나는 작업으로 완성됐다.
뮤직비디오 역시 곡의 의미를 더욱 깊게 만든다. 이재한(John H. Lee) 감독은 “삶은 앞으로 가는 여정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늘 시작으로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가장 처음의 자리, 집으로 향하는 영혼의 항해를 그렸다”고 전했다. 결국 ‘돛에 부는 바람’은 앞으로 나아가는 노래이면서도 동시에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게 하는 노래다. 이 곡에 실린 바람은 흔들림이 아니라 방향이고, 회귀가 아니라 다시 살아나는 감정에 가깝다.

김태원의 음악은 늘 멜로디 안에 서사를 심어왔다. 거칠게 몰아치는 록의 에너지보다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감정의 흐름과 이야기의 결을 더 중요하게 여겨왔다. 부활이 4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면서도 여전히 누군가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Where Is Here’ 역시 단순한 컴백작이 아니라, 김태원이 오랜 시간 지켜온 음악적 철학이 다시 한 번 또렷하게 드러난 결과물이다.
부활의 정규 14집은 총 10곡으로 완성되며, 2026년 가을 발표될 Part-2를 통해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LP 발매도 예고됐다. 빠르게 소비되고 쉽게 잊히는 시대에 아날로그의 방식까지 다시 꺼내든 선택은 우연이 아니다. 이번 앨범은 멈추지 않는 음악적 자존심을 전하는 또 한 번의 시작점이자, 부활이라는 이름이 왜 여전히 현재형일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결국 부활의 40주년은 과거의 영광을 반복하는 시간이 아니다. 김태원은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처음의 감정으로 돌아가고, 박완규는 그 서사를 특유의 울림으로 현실의 목소리로 바꿔낸다. 그렇게 ‘돛에 부는 바람’은 추억을 넘어,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부활만의 위로로 남는다.
pensier37@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