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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 라마스가 지난 24일 광양전용구장에서 끝난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 1차전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에서 전반 페널티킥 결승골로 팀 승리를 이끈 뒤 서포터 앞에서 포즈를 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 광양=김용일기자] “내년엔 기대하셔도 좋다. 득점력을 지닌 좋은 공격수 더 수혈할 것.”

안방에서 열린 FA컵 결승 1차전에서 아쉽게 0-1로 패한 뒤 쓴소주 한 잔을 들이켠 이광수 전남 드래곤즈 사장은 이렇게 말하며 2차전 선전을 바랐다. 올해 전남 새 수장으로 부임한 그는 단순히 FA컵 우승 도전을 떠나 팀이 더 강해지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여러 번 강조했다.

K리그2 소속 클럽으로는 처음으로 FA컵 우승에 도전하는 전남은 지난 24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대구FC와 결승 1차전 홈경기에서 0-1로 졌다.

전남 현장메모용
대구FC 세징야(오른쪽)와 박병현이 FA컵 결승 1차전 승리 직후 손뼉을 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최전방의 ‘질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전경준 감독이 이끄는 전남은 강한 화력을 지닌 대구를 상대로 평소보다 높은 지점에서 전방 압박을 펼치는 등 준비된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대구는 에드가, 세징야, 라마스 ‘삼바 트리오’를 중심으로 전남에 변칙적으로 대응했다. 결국 전반 26분 세징야가 문전 돌파 과정에서 얻어낸 페널티킥(PK)을 라마스가 왼발로 마무리해 결승골을 터뜨렸다. 전남에도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전반에 발로텔리가 대구 수비를 연달아 따돌리고 결정적인 오른발 슛을 시도했으나 골문 위로 떴다. 후반엔 발로텔리가 절묘하게 찍어올린 공을 이종호가 골키퍼와 맞서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했는데 빗맞으며 땅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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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FC 세징야(오른쪽)가 전남 김선우와 볼 경합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전남은 두 시즌간 전 감독 체제에서 완벽에 가까운 수비 조직을 일궈냈다. 지난해 리그 최소 실점 2위(25실점)에 이어 올 시즌 최소 실점 1위(37경기 33실점)를 달성했다. 하지만 1부 승격엔 ‘한 끗’이 모자랐는데 공격진의 득점력 저조가 컸다.

전남은 모기업 사정 등이 맞물리며 2부 강등 이후 원하는 규모의 예산을 수급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20억 원 가량 줄어들었다. 감독이 유능하고 완벽하게 전술을 만들어도 ‘득점 해결’은 선수의 역량이다. 전남에 톱클래스 수준의 공격수 영입은 1부 승격에 마지막 퍼즐과 같다. 전 감독이 FA컵 우승을 원하는 건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이 주목적이 아니다. ACL 진출로 모기업에 좀 더 나은 지원을 바랄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수준급 공격수 영입의 길이 열리고 1부 승격에 다가설 수 있다. 전 감독이 결승전을 앞두고 “우리는 결과에 따라 여러 환경이 달라질 것이다. 간절하게 결과를 얻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한 이유다.

야속하게도 결승 첫판에서 ‘현재 환경’을 체감하는 데 그쳤다. 상대 삼바 트리오의 화려한 개인 전술을 바라본 이 사장도 마찬가지다. 대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믿음직스러운 스코어러를 데려와야 한다는 것에 확신을 품을만한 경기였다. 스폰 기업, 지자체와 협조 체제를 여러 형태로 모색하는 것 뿐 아니라 기존 스카우트, 강화 관련 부서에 ‘당근 정책’을 통해서라도 골잡이를 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