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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기자] 울산 현대가 K리그1 3년 연속 준우승에 머문 다음 날인 6일 오전.
울산 클럽하우스엔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과 선수단이 다시 한데 모였다. 대부분 구단은 시즌 최종전을 치르면 경기 당일 라커룸에서 인사를 나누고 해산, 차기 시즌 대비 소집일까지 휴가에 돌입한다. 울산은 이례적으로 최종전 다음날 팀 미팅을 목적으로 클럽하우스에 홍명보 감독을 비롯해 코치진과 선수들이 모두 출근했다. 전날 역전 우승의 희망을 품고 사력을 다한터라 심신이 지쳤을 법하나, 이른 시간에 예정된 인원이 빠짐 없이 모여들어 눈길을 끌었다.
홍 감독이 대구전 직후 “결과적으로는 실패지만 이전 실패와 다르다. 이젠 도전 과정에 따라오는 것”이라고 말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홍 감독은 선수들과 한해를 돌아보면서 못다한 마음을 나누는 장을 마련했다. 올 시즌 최고의 퍼포먼스에도 우승컵을 품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달 3일 소집까지 다시 몸과 마음을 다잡자는 메시지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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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올 시즌 우승엔 실패했으나 전북, 포항 등 라이벌을 상대로 약했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강한 팀 정신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전까지 울산은 주전과 비주전 요원간의 심리적 격차가 큰 편이었는데, 간극을 좁히면서 ‘원 팀’으로 도약하는 데 디딤돌을 놓았다. 여기엔 홍 감독이 스스럼 없이 선수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서 비롯됐다. 이날도 마찬가지다. 이청용은 미팅 직후 기자와 만나 “감독께서 K리그 사령탑으로는 올해가 첫 도전이었다. 우리와 함께하면서 본인도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셨다더라. ‘시즌을 거치면서 혹시 내 말로 상처를 받은 선수에게 사과한다’는 말씀도 하셨다.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모든 게 팀을 위해서 했던 것’이라고 하셨는데, 진심을 느껴 나 뿐 아니라 선수들이 뭉클해했다”고 말했다.
‘영건’ 설영우도 “모든 선수가 경기에 집중하느라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못했는데, 이렇게 모여서 얼굴 보고 마무리해서 너무나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울산과 올 시즌을 끝으로 작별하는 네덜란드 수비수 불투이스도 팀 미팅에 참여해 끝까지 동료와 함께 했다.
울산 관계자는 “매번 준우승은 속상하고 아쉽지만 확실히 올해는 다른 느낌이다. 대구전에서 끝까지 팬과 호흡하는 자세도 그렇고, 이렇게 최종전 다음날에도 클럽하우스에서 코치진, 선수들이 뭉치는 것을 보니 정말 더 강해진 팀이 되리라는 믿음이 생긴다”고 웃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