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극장가

[스포츠서울 | 김선우기자] 설연휴 극장가 대전의 승자는 ‘해적: 도깨비 깃발(이하 해적2)’이었다.

설연휴를 맞아 ‘해적2’와 ‘킹메이커’가 나란히 개봉했다. 두 작품 모두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오랜 기다림 끝에 관객과 마주하게 됐다. 배우들은 방송 출연, 라디오 방송 등 프로모션에도 적극 참여하며 극장가 살리기에 참여했다. 관객들도 이에 화답했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해적2’는 지난 1일 13만7060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수 74만9787명을 기록했다. ‘해적2’는 설연휴 기간을 포함해 개봉 후 7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물론 설연휴 특수를 고려했을 때 절대적인 관객수의 숫자는 아쉽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업계에서는 ‘불행 중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무려 8년만에 신작으로 돌아온 ‘해적2’는 강하늘, 한효주, 이광수 등 청춘 배우들이 의기투합해 유쾌한 해적 어드벤처물을 완성시켰다. 채수빈, 엑소 오세훈 등 통통 튀는 젊은 피도 눈에 띈다. 장르의 특성상 아직까지 국내 관객들에게 어색함으로 다가오는 지점들도 있지만, 국내 영화에서도 이 정도의 스케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발전을 가늠케 한다. 실제로 설연휴 극장가에는 ‘해적2’를 보기 위해 가족, 연인, 친구 단위의 여러 형태의 관객들이 극장을 찾아 흥행에 힘을 보탰다.

설연휴 박스오피스 2위는 ‘킹메이커’가 차지했다. 설경구, 이선균 주연의 ‘킹메이커’는 故 김대중 대통령과 그의 선거전략가로 활동했던 두 인물의 실화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스타일리시한 연출의 ‘불한당’ 변성현 감독의 신작이자, 설경구와 이선균 등 내로라하는 영화계 스타들의 만남으로 주목받고 있다. ‘킹메이커’는 지난해 연말 개봉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레 심해진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설연휴로 개봉이 연기됐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명절용 영화’치고는 톤이 다소 무겁다. 하지만 오는 3월 대선을 앞두고 개봉했다는 점에서는 이 우연의 일치가 결과적으로 영화에 대한 관심도는 높이게 됐다. ‘킹메이커’는 지난 1일 7만8196명을 동원해 누적 관객수 40만8141명을 기록했다. 수치적인 면을 떠나, 국내 영화들이 나란히 박스오피스 1, 2위에 올랐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3, 4위는 장기흥행 중인 외화들이 차지했다. 3위에 오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하 스파이더맨3)’은 지난해 12월 15일 개봉했는데 여전히 극장가에서 건재함을 뽐낸다. 지난 1일 오후 찾은 서울의 한 극장가 상영관에서도 대부분의 좌석이 꽉 찬 모습이었다. ‘스파이더맨3’ 역시 가족 단위 관객이 눈에 띄었고, 시리즈 특성상 n차 관람을 온 관객들도 많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 결과 ‘스파이더맨3’는 누적 관객수 736만5272명으로 일찌감치 코로나 팬데믹 시대 최고의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이어서 애니메이션 영화 ‘씽2게더’가 4위에 올랐다. ‘씽2게더’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으로 춤과 음악이 하나돼 흥겨움을 더한다는 평이다. 이처럼 코로나 팬데믹 이후 극장가의 풍경, 나아가 이번 설연휴 극장가 역시 무거운 장르 영화보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킬링타임용 영화들이 활약한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이외에도 ‘극장판 안녕 자두야: 제주도의 비밀’, ‘하우스 오브 구찌’, ‘특송’ 등이 설연휴 극장가를 함께 채웠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롯데엔터테인먼트, 소니 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