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VIP2라고 알아요? 거기서는 (김건희 여사를) 그렇게 부르대.”
장르는 문제적 다큐멘터리, 12일 개봉한 영화 ‘퍼스트 레이디’ 예고편 중 일부다. 영상에선 윤석열 대통령 뒤에 실질적인 권력자 김건희 여사가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12.3 비상계엄 선포에 이어 탄핵으로 치달은 혼란한 정국에 김 여사가 절대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약 열흘간 국민은 폭압적인 정권의 실체를 목도했다. 국민이 권력을 위임한 대통령은 군대로 나라를 집어삼키려 했다. 국민에게 총구를 겨눴고, 군홧발로 국회를 침범했다. 매우 오랫동안 치밀하게 계엄을 준비한 흔적이 속속 드러났다. 이상하게 보인 대통령의 행동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시민이 앞장 선 탄핵 요청으로 민주주의의 퇴보를 막았지만 ‘계엄 트라우마’는 잔존한다.
영화 ‘퍼스트 레이디’는 12.3 비상계엄의 프리퀄이다.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 백은종 대표 그리고 최재영 목사가 영화 속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다각적으로 용산 VIP를 그려냈다. 고가의 디올백 수수,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민간인 국정 개입 의혹 등이 핵심 내용이다.
이 기자는 2021년 집요한 탐사보도로 김건희의 7시간 녹취록을 공개했고, 최재영 목사와 협력해 디올백 수수 사건도 보도했다. 올해에는 김대남 대통령실 행정관과 녹취를 공개해 김건희의 공천개입을 알렸다. 수 년에 걸친 탐사 취재를 한 데 모아 정리해 ‘퍼스트 레이디’를 내놨다.
몇 년간 묵혀둔 이 영상을 공개한 이유에 이 기자는 “불법적인 계엄령 선포로 도발한 윤석열 정권의 비상식과 무모함을 다시 한번 국민에게 상기하기 위해”라고 밝혔다. 또 “윤 정권이 탄핵이라는 파국 앞에 서게 된 것은 김 여사와 무관치 않다”고 단언했다.
공교롭게도 영화 개봉일인 12일, 국회에선 김건희 특검법이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투표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다, 새롭게 수정한 네 번째 버전이 가결됐다. 시사회 다음날인 3일 계엄이 선포돼 제작진은 걱정과 불안에 떨었지만, 시민의 승리로 한 숨돌렸다. 제작진은 탄핵이 가결되면서 확장판도 준비 중이다.
서슬퍼런 정권과 맞선 기자의 용기에 대중도 반응하고 있다. 계엄 정국과 맞물리면서 문제적 다큐멘터리 ‘퍼스트 레이디’에 대한 관심이 높다. 상영관을 100곳도 받지 못했음에도 벌써 누적관객수 2만명을 넘겼다. 좌석점유율은 35%다. 개봉작 중 외화 ‘서브스턴스’(46.5%)에 이어 2위다. 다음주에는 상영관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정치 메시지가 뚜렷한 영화가 최근 좋은 성적을 거뒀다. 12월 초 개봉 영화가 많아 ‘퍼스트 레이디’가 주목받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내용이 탄탄하고 초미의 관심사인 정국과 연관된 작품이라 개싸라기 흥행을 이어갈 판이 짜였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