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Fringe Mickelson Golf
필 미켈슨. 사진 | AP·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이웅희기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기도 하지만, 쪽박을 찰 수도 있다. 필 미컬슨(미국)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비난한 뒤 후원사들의 잇따른 계약 중단으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미컬슨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주도하는 남자 골프 슈퍼리그를 지지하는 과정에서 이에 맞서는 PGA 투어를 비난했다. 신생 리그인 슈퍼리그가 PGA 투어 변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다 PGA와 등을 지게 된 분위기다.

메이저 6승을 포함해 PGA 투어 통산 45승을 따낸 미컬슨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 주도의 신생 리그에 우호적인 대표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으로 열린 사우디 인터내셔널 골프 대회에 출전했고, PGA 투어 대회와 같은 기간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대회 출전을 택하기도 했다. 슈퍼리그 지지에도 나섰지만, PGA투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며 궁지에 몰리게 됐다. PGA 투어 동료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은 27일(한국시간) “미컬슨의 후원사인 KPMG가 지난주 후원 계약 종료를 선언한 데 이어 재무관리 회사 워크데이, 주류 회사인 암스텔 등도 미컬슨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2020년부터 미컬슨 재단이 개최하던 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대회도 2023년부터 미컬슨 재단과 함께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2004년부터 20년 가까이 미컬슨을 후원한 용품업체 캘러웨이도 후원 잠정 중단을 선언하며 추후 재계약을 검토할 뜻을 밝혔다.

말실수로 후원 계약이 끊기는 경우는 지난달에도 발생했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3위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동성애 혐오’ 표현을 무심코 내뱉었다가 랄프로렌 후원이 끊겼다. 토머스는 2013년 프로로 전향해 랄프로렌 의류를 입고 계속 PGA투어에서 뛰었다. 하지만 동성애 혐오 의미가 담긴 말을 중얼거렸다가 후원사를 잃게 됐다. 토머스는 지난달 10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PGA 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3라운드 4번 홀에서 약 2m 파 퍼트를 놓친 뒤 혼잣말로 동성애 혐오 내용이 담긴 표현을 했다. 이는 방송 중계 마이크를 통해 전파를 타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미컬슨은 “내 진심과 의도와 달리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며 사과했지만, 성난 민심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토머스도 논란 뒤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진심으로 모두에게, 나의 발언으로 공격을 받았을 모두에게 사과한다”며 공개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떠나간 후원사의 발길은 돌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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