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FIFA 남아공월드컵 16강전 한국-우루과이
이청용이 지난 2010년 6월26일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우루과이와 경기에서 후반 동점골을 터뜨린 뒤 반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최승섭기자

허정무
우루과이와 16강전 당시 허정무 감독의 모습.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늘 우루과이랑 다시 붙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후배들이 설욕해주기를.”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의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역사를 지휘한 허정무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은 강한 어조로 말했다. 허 이사장은 한국 축구가 오는 11월 열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와 H조에 묶인 것에 “지금도 12년 전 그때 생각이 진하게 난다. 가끔 (다시 지휘봉을 잡고) 우루과이와 다시 붙어 설욕하는 꿈도 꾼다”고 웃으며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꼭 카타르에서 한풀이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에 두 번 만나 모두 졌다. 1990년 이탈리아 대회 조별리그에서 0-1로, 2010년 남아공 대회 16강에서 1-2로 졌다. 특히 남아공 대회는 태극전사들이 뛰어난 경기력으로 16강에 올라 우루과이와 대등하게 겨뤘으나 루이스 수아레스(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멀티골을 내주며 아쉽게 패했다. 당시 이청용(울산)이 후반 헤딩 동점골을 터뜨리며 8강행 희망을 밝혔으나 막판 결정력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2010 FIFA 남아공월드컵 16강전 한국-우루과이

공교롭게도 수아레스는 이번 카타르 대회에서도 한국과 마주할 가능성이 크다. 허 이사장은 “정말 수아레스는 잊지 못한다. 뛰어난 선수였다”며 “다만 지금은 전성기를 지났다. 가끔 경기하는 것을 보는 데 확실히 날카로운 움직임 등이 (20대 시절이던)남아공 때와 다르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루과이는 독특한 팀이다. 남미 팀이 기술 위주로 경기하나, 우루과이는 수비도 강하고 체력전을 즐기는 아주 열정적인 팀”이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벤투호’의 승산이 충분하다고 점쳤다. 허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지금 대표팀이 충분히 깰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수비라인의 김민재와 김영권의 수준이 매우 높다. 황인범, 정우영, 이재성 등 2선 구성도 매우 좋기 때문에 우루과이와 충분히 붙어볼 만하다”고 했다. 또 “이제 남아공 16강 성적은 빨리 깨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벤투호가 허정무호의 월드컵 성적을 넘어서기를 바란다고 덕담했다.

2010 FIFA 남아공월드컵 16강전 한국-우루과이

2010 FIFA 남아공월드컵 16강전 한국-우루과이

12년 전 우루과이를 상대로 골 맛을 본 이청용도 희망 요소가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편성 결과를 보고 오묘한 기분이 들더라. 남아공 때 만난 우루과이와 같은 조에 묶일 줄 몰랐다. 우루과이와 인연이 후배들에게 이어졌지만 결과는 우리 때와 다르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청용은 “수아레스 뿐 아니라 디에고 포를란, 디에고 고딘 등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밸런스와 더불어 폭발력을 지닌 팀으로 기억한다”며 “수아레스의 두 골은 모두 찰나의 순간 나왔다, 당시 기술과 패기가 좋았다면 지금은 경험과 관록을 더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호성적을 낸 벤투호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더 많이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수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이청용은 “이란전에서 보인 탄탄한 공수 밸런스, 이라크전에서 입증한 공격력 등 그간 대표팀이 잘 준비해온 것을 세계 무대에서 뽐냈으면 한다”고 치켜세웠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