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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 선수단.  제공 | LCK

[스포츠서울 | 김민규기자]때로는 패배를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품격을 말하기도 한다. T1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역사에 수많은 이정표를 세웠고 현재도 써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걸맞은 품격도 필요하다.

T1은 지난 29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22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하 MSI)’ 결승전에서 중국의 로얄네버기브업(RNG)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2-3으로 석패했다. T1은 5년 만에 MSI 결승에 오르며 왕좌탈환을 노렸지만 마지막 순간 우승에 닿지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분명 아쉬움은 크다. 그러나 결승전이 끝난 후 T1의 사령탑이 말한 패배의 원인은 어딘지 개운하지 못했다. 경기 후 ‘폴트’ 최성훈 T1 감독은 “블루 진영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라 본다. 패배의 원인은 블루를 세 번 고르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의 패배가 진영을 잘 못 고른 탓이란 얘기다. 굳이 진영을 얘기할 필요가 있었을까. 승리 팀을 향한 축하의 메시지가 아니라면 선수들을 향한 격려나 앞으로 남은 대회를 향한 포부로 대신했다면 어땠을까. 비록 우승엔 닿지 못했지만 잘 싸워준 T1 선수들을 생각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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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 이상혁.  제공 | LCK

프랜차이즈 선수인 ‘페이커’ 이상혁은 패배를 통해 더 발전하겠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패배도 한 해의 일부분이기에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실제로 ‘페이커’는 경기 후 “패배하고 나니깐 확실히 내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된 것 같다. 다음에는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많다. MSI도 중요한 대회이긴 하지만 한 해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팀원들의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한다”며 격려도 보냈다.

생애 첫 MSI에 출전한 ‘제우스’ 최우제는 결승전을 돌아보며 “각 지역의 잘하는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어서 내게는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마무리가 아쉽지만 좋은 성장의 기회였던 것 같다”며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사실 최 감독이 말한 부분도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결승전에서 블루 진영을 선택한 팀이 모두 승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를 무조건 비판하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 사령탑으로선 아쉬운 심정을 충분히 토로할 수 있다. 하지만 LCK를 대표하는 명문 팀이자,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인 팀의 수장다운 품격을 보여줬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진심에서다.

고무적인 것은 T1 선수들이 이번 MSI를 통해 더 배우고 성장했다는 점이다. 지나간 일은 잊자. 오는 6월 15일이면 LCK 서머 스플릿이 개막하고 9~10월엔 세계 최고의 LoL e스포츠대회인 월드챔피언십도 있다. MSI를 통해 경험치가 쌓인 T1이다. 앞으로의 대회에서 T1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