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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인기를 실감하냐고? ‘네.’ 스스로 매력이 있으니까.”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다큐멘터리 영화 ‘니얼굴’의 주인공이자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이하 ‘우블스’)로 화제의 중심에 선 정은혜 작가(32)는 유쾌했다. 뜨개질을 하며 무심한 표정으로 기자의 허를 찌르는 답변을 하는가 하면 때론 함께 온 부모님을 쥐락펴락하며 인터뷰를 장악했다.

태어날 때부터 염색체 이상으로 발달장애의 일종인 다운증후군을 가진 정 작가는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옥(한지민 분)의 언니 영희 역으로 열연, 시청자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남들과 다소 다른 외모, 말투 때문에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그로 인해 상처받으며, 때로는 버려지기까지 했던 영희의 아픈 과거사는 정 작가의 몸짓과 어눌한 말투를 통해 고스란히 안방 시청자들에게 전달됐다.

‘우블스’에 정 작가가 출연하는 것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일이었다. 처음 공개된 ‘우블스’ 포스터에도 그의 이름과 얼굴이 빠졌을 정도였다. ‘니얼굴’의 감독인 양아버지 서동일은 “원래는 지난 해에 개봉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정)은혜에게 드라마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설정상 은혜가 숨겨진 인물이기에 노출되면 안 되는 상황이어서, 드라마가 방송될 때까지 비밀 유지를 하게 됐다. 그래서 드라마 방송 이후로 개봉일을 잡게 됐는데 지금 이 상황이 펼쳐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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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작가가 드라마 후반부 첫 등장하자 대한민국이 뒤집어졌다.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500명에서 5만명으로 삽시간에 늘었다. 서 감독은 “드라마가 방송되고, 또 끝난 시점부터는 영상들이 퍼지면서 은혜의 존재도 더 알려지게 된 것 같다. 드라마가 끝난 직후에는 사실 잘 못느꼈는데, 최근에는 어딜 가나 은혜를 알아보고 인사한다”고 전했다.

정 작가는 “친구들에게 드라마 링크를 보내줬는데 멋있고, 잘한다고 칭찬해 주더라. 메시지도 많이 온다”라며 “한지민 언니랑 김우빈 오빠랑도 톡을 한다. 어떤 내용인지는 비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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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희망이 된다”다. 어머니 장차현실 작가는 “나도 그랬고, 장애인의 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가늠할 수가 없잖나. 젊은 어머니들은 롤모델을 찾는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은혜가 좋은 롤모델이 된 것 같다. 특히 은혜는, 삶이 탄탄대로가 아니었다. 한국 사회에서 발달장애를 안고 태어나서 겪어야 할 어려움과 힘듦은 다 겪은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장애를 안고 태어난 사람의 불행은 그들이 정말 불행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만들어 준 불행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이 좋은 시작이라고 표현하긴 그렇지만 그런 관심의 시작점이 되고 또 관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게 된다면 더 좋겠다. 만약 내가 장애가 있는 아이를 가졌을 때 울면서 ‘도와 달라’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매너있게, 장애인 아이를 낳은 부모들이 선택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우리가 더 손을 내밀어준다면 왜 그렇게까지 불행하겠나. 그런 세상이 좀 앞당겨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은혜도 그런 세상에서 노년까지 행복하게 살다 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바람을 드러냈다.

한편, 정 작가는 오는 8월 서울 인사동에서 ‘포옹전’이라는 전시회를 계획 중이다. ‘포옹전’에서 그동안 정 작가가 많은 사람들과 포옹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 전시할 생각이다. 또한 정 작가가 주연으로 등장하는 영화 ‘니얼굴’은 발달장애인 은혜 씨가 문호리리버마켓의 인기 셀러로 거듭나며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오는 2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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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주)영화사 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