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rn-gcb4cfa8f9_1920
 출처 | 픽사베이

[스포츠서울 | 김민규기자]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프로게이머’란 표현보다 ‘프로e스포츠선수’라는 게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그만큼 e스포츠가 정통 스포츠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의미다. e스포츠도 팬이 있고, 선수가 있으며 팀이 있다. 엄연히 프로 리그와 국제대회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좀 더 스포츠다운 자격도 갖출 필요가 있다.

국내 e스포츠가 등장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계약의 주체는 선수들 본인이거나 부모들이다. e스포츠 초창기에는 연봉 자체를 받는 선수가 많지 않았고, 억대 연봉이 등장한 이후에도 에이전트와 같은 전담 계약 담당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e스포츠업계에 에이전트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이후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대한민국 선수들을 원하는 해외 팀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양 쪽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주는 이들이 생겨났고, 스스로를 에이전트라 불렀다. 그러나 이들은 e스포츠 에이전트란 법률적인 지식보단 선수 또는 팀과의 친분을 내세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법률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법적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 프로 e스포츠 리그를 대표하는 LoL e스포츠의 경우 전반적인 리그 운영과 환경이 고도화되면서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는 선수와 코칭스태프도 상당히 많아졌다. 셰도우 코퍼레이션과 리코 스포츠는 공식 SNS를 통해 소속 e스포츠선수들의 활동 상황이나 계약 체결 내용들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공식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야구 등 프로 스포츠에선 이미 에이전트가 다방면으로 활약하고 있다. 에이전트는 선수들이 다른 부분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존재다. 단순히 연봉 협상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 계약, 강연 등의 경제적, 사회적 활동을 펼칠 때에도 에이전트가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경우 스캇 보라스라는 거물급 에이전트와 계약을 맺으면서 성공적으로 메이저리그 선수생활을 영위했고 은퇴 이후에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로 입지를 다졌다.

이에 국내 프로 e스포츠선수들에게도 전문적인 에이전트가 필요하다. LoL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리그가 진행되고 있고 한국 선수들을 필요로 하는 국내외 팀들이 대폭 늘어나면서 선수 본인이나 부모가 협상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꼼꼼하게 검토해야 하는 계약서가 한국어 이외의 언어로 오가는 경우가 늘었고 계약 사항이 세분화되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한국어로 작성된 계약서이지만 계약조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법적 대리인이 서명해 사후에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다.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된 에이전트이기에 이에 대한 관리와 감독이 더욱 필요하다. 대부분의 에이전트는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면서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힘쓰고 있지만 일부 에이전트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불공정 거래를 유도함으로써 팀과 선수 모두에게 피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e스포츠업계의 이미지를 저해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그래서일까. 에이전트 제도를 공식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해 9월 e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다고 했다. e스포츠 에이전트의 법적 지위와 자격 범주를 정하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프로 e스포츠선수들의 권익보호와 산업 발전을 위해 정식으로 e스포츠 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이를 토대로 e스포츠 에이전트 기준과 조건을 명확하게 세우고 무분별한 에이전트 난립을 막음으로써 선수와 팀에게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는 시도다.

더욱이 산업규모가 큰 LoL e스포츠의 경우 에이전트의 공인화가 필수다. 허가제든, 동록제든, 한국e스포츠협회와 LCK의 심사를 통과한 에이전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함으로써 업계 전체가 효율적이면서도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