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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조은별기자]기묘하고 기발하고 기괴하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 ‘암살’까지...충무로의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꼽히는 최동훈 감독의 신작 ‘외계+인’ 1부가 여름 대작 경쟁의 첫 타자로 20일 나선다.

‘외계+인’은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전우치’(2009)에서 조선 도사 전우치의 무협담을 그렸던 최 감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1300년대 고려와 2022년의 현대, 도사와 외계인이라는 이종교합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독특한 상상력, 신선한 볼거리, 빠른 전개는 ‘외계+인’의 강점. 다만 소재들의 이질감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하고 출연진이 워낙 많다보니 캐릭터와 스토리에 집중할 틈이 없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포토]\'외계+인\' 연출한 최동훈 감독
최동훈 감독이 23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호텔에서 진행된 영화 ‘외계+인 1부’ 제작보고회에서 사회자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사진|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전우치’를 넘어라!

‘외계+인’을 본 관객이라면 자연스럽게 최 감독이 연출한 ‘전우치’를 연상한다. ‘전우치’는 요괴의 손에 넘어간 조선시대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을 찾는 망나니 도사 전우치의 활약담을 그린 영화로 관객 608만명을 동원했다.

‘외계+인’은 여러모로 ‘전우치’의 확장판이다. 강동원이 열연한 조선시대 망나니 도사 전우치가 류준열이 연기한 고려시대 얼치기 도사 무륵으로, 염정아와 조우진이 분한 고려시대 신선 흑설과 청운은 ‘전우치’의 신선 송영창, 주진모, 김상호 등을 떠오르게 한다. 신정근과 이시훈이 연기한 고양이는 유해진의 ‘초랭이’를, 전우치가 찾아 헤맨 만파식적은 고려의 신검과 평행이론을 이룬다.

‘전우치’가 강동원이 연기한 전우치 1인의 캐릭터 플레이였다면 ‘외계+인’은 그보다 한층 확장된 서사를 자랑한다. 특히 김우빈이 연기한 가드와 썬더의 존재감이 강렬하다. 여성 주연배우의 쓰임새도 다르다.

‘전우치’의 임수정이 조선시대와 현대를 수동적으로 오갔다면 ‘외계+인’의 김태리가 연기한 이안은 한층 주체성을 띤 인물로 묘사됐다. 다만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스물다섯 스물하나’, 영화 ‘승리호’에서 보여줬던 적극적이고 씩씩한 여성 연기의 기시감을 떨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최 감독은 13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CGV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에서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지만 새로운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 그 구조에 관객들이 스스로 예측하기도 하고, 빗나가기도 했으면 좋겠다 여겼다. 어려워 보이지만 쉽게 볼 수 있도록 수차례 시나리오 수정작업을 거쳤다”고 밝혔다.

◇韓판 어벤져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넘어라!

최 감독은 ‘외계+인’의 출사표를 던지며 “한국적인 방식으로 ‘어벤져스’만큼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330억원의 제작비가 아깝지 않은 물량공세를 자랑한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구현된 외계인, 웅장한 우주선, 최첨단 로봇, 그리고 광활한 우주는 ‘외계+인’의 자랑거리다.

하지만 물량공세가 초반부터 투입돼 볼거리가 너무 많아 포인트를 찾기 쉽지 않다. 마블 시리즈같은 매끈한 CG를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다른 매력의 한국적인 블록버스터가 관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 감독은 “외계인의 모습, 외계인들이 타고 다니는 비행선 등 모든 것들은 CG의 도움을 받지 않고는 구현할 수 없었다”라며 “특히 디자인을 고심했다. 너무 낯설지도, 친숙하지도 않은 경계를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일부 장면은 촬영에 하루가 걸렸지만 CG구현을 위한 사전작업에 한 달이 걸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MZ세대를 잡아라!

영화가 익숙함과 낯섬의 경계를 오가면서 관객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린다. 시사회를 관람한 한 영화 관계자는 “30대 후반 이후의 관객들은 다소 산만하고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지만 20대 관객들은 ‘신선하다’, ‘그간 보지 못했던 새로움이다’라고 호평했다”고 전했다.

빼어난 스토리텔러였던 최 감독은 ‘외계+인’에서 마치 예능 프로그램처럼 캐릭터에 비중을 실었다.

그는 “관객들은 어떤 영화든 볼 준비가 되어 있는데, 영화를 다루는 우리가 너무 틀에 갖힌 게 아닐까. 시나리오를 쓰면서 나 자신도 어려지는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천명을 넘어선 감독의 구애에 MZ세대가 어떻게 반응할지 충무로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mulga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