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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드라마 데뷔작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법자는 강렬했다. 연이어 출연한 ‘아스달 연대기’에서도 짧지만 인상깊었다. ‘신을 훔치는 자’. 김성철의 이름 앞에는 ‘신스틸러’라는 네글자가 따라붙었다.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그해 우리는’에서는 연달아 순애보를 바쳤다. 공교롭게도 두 드라마 모두 어린 시절 소꿉친구를 짝사랑하는 순정남 역할을 연기했다. 어느덧 그의 이름 앞에는 ‘짝사랑남’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었다.
영화 ‘올빼미’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이력을 추가한 김성철은 “이제 신스틸러와 짝사랑남은 그만하고 싶다”며 웃었다. 그는 ‘올빼미’에서도 병자호란 이후 청에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 역을 맡아 다시금 강렬하게 신을 훔친다. 극중 소현세자의 분량은 많지 않지만 영화의 모티프 자체가 소현세자의 의문의 죽음이라는 점에서 그의 역할은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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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은 쏟아지는 호평에 “주인공인 침술사 경수(류준열 분)를 유일하게 따뜻하게 안아줬던 유일한 인물이 소현세자이기 때문”이라고 캐릭터에 공을 돌렸다. 실제 극중 소현세자는 경수의 영특함을 높이 사고 청에서 가져온 신문물을 선물하기도 한다. 김성철은 “소현세자가 등장할 때 OST도 좋았다”고 덧붙이며 웃었다.
하지만 김성철의 존재감은 처음 소현세자 역을 제안 받았던 시기, 캐릭터 준비 단계부터 빛을 발했다.
그는 “소현세자의 초상화가 한 두 개 정도 남아있는데, 워낙 체구가 좋은 분이다. 분장으로는 커버할 수 없고 살을 20㎏ 정도 찌워야 할 것 같았다”며 “왕위에 오르지 못한 비운의 세자를 표현하고 싶었다. 실존인물이니 기록에 남아있는 대로 성격을 만들어냈다. 특히 ‘어진 세자’라는 부분에 중점을 뒀다. 조선에서 보기 드문 해외유학파 출신 세자니 사고방식도 열려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연출한 안태진 감독은 작품을 통해 발견한 배우로 김성철을 꼽기도 했다. 이같은 칭찬에 김성철은 “영화 ‘장사리:잊혀진 영웅들’ 때만 해도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컸다. 그러다보니 말투에 힘이 들어갔다. 작품을 보니 실망스러웠다”며 “욕심이 어느 정도면 좋지만 과하면 안된다는 걸 깨달았다. 이번에는 눈이나 자세, 시선처리 등으로 세자를 표현했다”고 겸허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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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에 기록된 소현세자의 죽음을 영상으로 표현한 장면은 영화 속 백미다. ‘온몸이 전부 검은빛이었고 이목구비의 일곱 구멍에서는 선혈이 흘러나오므로,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과 같았다’라는 문장처럼 극중 소현세자는 이목구비에서 짙은 피를 쏟아낸다. 김성철은 “관객에게 충격적으로 와닿길 바랐다. 눈코입에 피를 덧칠하기도 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극중에서는 아들을 독살한 잔혹한 아버지인 인조역의 유해진과는 현실부자 못지않은 케미스트리를 자랑한다. 김성철은 “예전에 유해진 선배님이 출연한 영화에서 선배님의 아역 오디션을 본 적이 있다. 당시 오디션 팀에서도 내가 선배님과 닮아서 불렀다고 했다”며 “현장에서 ‘아버지’라고 부르면 선배님은 ‘나는 너같은 아들 낳은 적 없다’며 웃어주곤 한다. 요즘 영화 홍보현장에서 만나면 ‘어딜 가든 네 홍보만 하고 다닌다’고 말씀하신다. 감사드릴 따름이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2014년 뮤지컬 ‘사춘기’로 데뷔한 김성철은 곧 데뷔 10년차에 접어든다. 그는 “데뷔 초만 해도 다음 공연에 내가 설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지난 10년간 열심히 산 것같다. 뜻깊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신스틸러’보다 ‘치트키’라고 불리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내 연기를 통해 극의 전개가 수월해졌다는 의미로 ‘치트키’로 불리고 싶다. 더 이상 신을 훔치기보다 극에 어우러지고 싶다.(웃음)”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