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오현규
FC서울 기성용(왼쪽)과 셀틱 오현규. 제공 | FC서울 로이터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오)현규야, 올드펌더비 한 번 느껴봐.”

최근 FC서울 2차 동계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현 기리시마시에서 만난 베테랑 기성용(35)은 후배 오현규(21·셀틱)를 응원하며 말했다.

기성용은 지난 2009년 말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프로 데뷔 팀 서울을 떠나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셀틱으로 적을 옮기며 유럽 무대에 데뷔했다.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딛고 셀틱 2선의 핵심 요원으로 거듭난 그는 스완지시티~선덜랜드~뉴캐슬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까지 누비며 2010년대 한국 대표 유럽파로 활약했다. 셀틱으로 이적 당시 만 21세로 현재 오현규와 같은 나이였다.

‘셀틱 한국인 1호’인 기성용에게 후배 오현규의 도전은 그만큼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는 “오랜만에 한국 선수가 셀틱 유니폼을 입으니 미묘한 감정이더라. 어린 나이 그때 나와 비슷한 게 있다. 현규를 보면서 처음 내가 그곳에 갔을 때 생각이 날 수밖에 없다. 나를 리마인드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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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셀틱 SNS

국내에서는 ‘슈퍼매치’ 라이벌 팀의 공격수로 상대했지만 셀틱 선·후배가 됐다. 자연스럽게 기성용이 먼저 오현규에게 다가가 조언도 한다. 그는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보라고 했다. 현규에게 집 어떻게 구했는지 등 여러 얘기를 나눴다. 워낙 성격이 좋아서 그런지 잘 적응하는 거 같더라”고 대견해했다. ‘글래스고 맛집도 소개해주지 않았느냐’는 말엔 “음식은 그곳이 그렇게 맛있는 건 아니어서…”라고 웃더니 “나도 밖에서는 거의 안 먹었다. (당시 동료인) 차두리 형 집에서 많이 해먹은 기억”이라고 했다.

글래스고의 자연환경에 대해서는 ‘으뜸’이라고 강조했다. 기성용은 “비도 종종 오고 겨울엔 춥긴 한데 스코틀랜드 자체가 자연이 살아 있는 곳이다. 정말 예쁘다”며 후배가 현지 환경도 즐기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오현규는 지난 12일 세인트 미렌과 스코티시컵 16강전에서 셀틱 데뷔 4경기 만에 첫 골을 터뜨렸다.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 그는 오는 27일 레인저스와 ‘올드펌더비’로 치르는 리그컵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세계 3대 더비’로 꼽히는 올드펌더비는 스코틀랜드 최대 도시인 글래스고를 연고로 하는 셀틱과 레인저스의 라이벌전이다. 경기마다 다수 팬이 충돌할 만큼 과격한 분위기로 악명이 높다.

기성용도 셀틱에서 2012년 여름까지 2년 6개월간 활동하면서 여러 차례 올드펌더비를 경험하며 ‘파이터형’으로 진화한 적이 있다. 그는 “분위기 자체가 축구하면서 처음 경험했다. 경기에 나서면 긴장되고 정말 치열하다. ‘이렇게까지 팬이 분위기를 만드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현규에게 좋은 경험이 될 텐데, 이름을 각인할 기회다. 잘하면 영웅, 못하면 부담을 느끼는 더비이지만 벌써 데뷔골을 터뜨린 만큼 자신감이 차 있으리라고 본다”고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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