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상을 주기가 애매하다. 신인상 이야기다.

도드람 2022~2023 V리그는 지난 10일 시상식을 마지막으로 약 6개월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여러 별들이 시상식을 빛낸 가운데, 생애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는 남녀 신인 선수상은 각각 김준우(삼성화재)와 최효서(KGC인삼공사)에게 돌아갔다.

문제는 눈에 띄는 신인이 없는데 상을 수여하는게 현실이다. 특히 여자부가 그렇다. 상을 주는 쪽도 받는 쪽도 어색하다.

신인 선수상 후보는 KOVO에 정식 선수로 등록된 1년차 선수다. 2022~2023시즌 여자부 신인 15명 가운데 코트를 밟은 선수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들중에 활약상이 두드러진 선수가 없다.

지난 2018~2019시즌까지만 해도 신인왕을 누가 받을지 흥미진진했다. 당시 정지윤(현대건설)이 이주아(흥국생명)를 제치고 신인상을 탔는데, 표수는 단 한 표 차이였다. 두 선수 모두 한 시즌을 온전히 소화했고,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시상식 전까지 누가 상을 받을지 흥미진진했던 때였다.

곧이어 ‘루키 기근’ 현상이 찾아왔다. 2019~2020시즌 V리그 최초 2라운드 출신 신인상을 거머쥔 박현주(흥국생명)는 주로 ‘원포인트 서버’로 코트를 밟았다. 서브 한방이 주는 임팩트가 컸지만, 신인상 수상 이후 지금까지 크게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2020~2021시즌은 더했다. 당시 이선우(KGC인삼공사)가 31표 중 28표로 ‘몰표’를 받았다. 신인 가운데 유일하게 코트를 자주 밟았기에 경쟁자가 없었다.

여자부는 신인의 무덤이 됐다. 고교 졸업 또는 대학 진학 후 프로에 입성하는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는 고교 졸업 후 곧장 프로에 직행하는데 코트 한 번 밟지 못하고 방출되는 경우가 잦다. 선수 풀이 얕아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을 선수가 없다는 한탄도 나온다.

뽑은 선수들도 선배와의 경쟁에서 이겨내지 못하니, 고사 직전이다. 이번시즌 우승을 차지한 한국도로공사만 봐도 알수 있다. 창단 첫 통합 우승을 했던 2017~2018시즌과 비교해 주전 대부분이 그대로다.

이번 베스트7도 마찬가지다. 세터 김다인(25)과 외국인 선수를 제외하면 리베로 임명옥(37)을 비롯해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35), 미들블로커 양효진(34)과 배유나(34) 등 7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30대 중반이다.

그만큼 각 포지션별 베테랑의 자리를 위협하는 신예가 부족하다. 신인 선수상이 빛을 발하려면, 그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야 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배구여제’ 김연경이 현역 연장을 선언하면서 ‘배구 붐’은 다음시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김연경 이후 새싹이 자라지 못하면 여자 프로배구는 강제 동면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신인상의 기준을 확대하는 게 하나의 해답이 될 수 있다.

야구 신인상 후보는 정식 등록선수 기준 5년차 이하로 투수는 총 30이닝, 타자는 총 60타석 이내다. 축구도 2013년부터 신인상을 ‘영플레이어상’으로 변경해 최초 출장부터 3시즌 이내로 확대했다.

배구도 1시즌이 아닌 3시즌까지 또는 일정 이상의 출전 시간을 확보한 선수로 범위를 넓히자. 그러면 후보군이 확장되고 생애 단 한 번의 신인상 가치도 올라간다. 그리고 그 선수중에 겨울 실내스포츠의 꽃을 피워갈 제2의 김연경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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