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귀포=장강훈기자]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무명반란이 일어났다.

2010년 아시안투어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백석현(33·휴셈)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56번째 대회 만에 따낸 감격의 첫승이다.

백석현은 21일 제주 서귀포에 있는 핀크스 골프클럽(파71·7326야드)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SK텔레콤오픈 최종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2개를 바꿔 3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2위 이태훈(33·DB손해보험)을 1타 차로 따돌렸다.

“결혼하고, 아내와 장인장모께 좋은 모습 보이는 게 목표였다. 1,2라운드 TV에 많이 나와서 기분 좋았다. 너무 좋다. 다음 목표는 1승하는 프로가 아니라 다승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멋진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 이름이 생소하겠지만, 한국 골프 팬들께 이름 알려서 기분좋다”며 함박웃음을 지은 백석현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행복감”이라며 생애 첫 우승 기쁨을 만끽했다.

다음은 백석현과 일문일답.

-우승소감

이런 기분인줄 몰랐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행복감이었다. 너무 즐거웠다. 태훈이형과 아시안투어에서 함께 경쟁하던 친구여서 굿샷해줬다.

-어떤 마음으로 최종라운드에 임했나?

자신감이 차있었다. 지키지 말자. 최대한 공격적으로 치자. 지키다가 망가진 경우가 많았다. 동반자는우승 경험자들이다. 공격적으로 치자, 후회하지 말자는 다짐을 계속했다.

-위닝 퍼트때 어떤 기분이었나?

넣으면 우승이라는 생각보다는 내 스트로크에 집중하자. 떨지말자, 후회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퍼트는 손이 너무 떨렸다. 홀을 못보겠다. 공도 안보이더라. 손만 떨지말자고 생각했다. 넣고 나니 머리가 하얗게 되더라. 너무 오래 우승못해서 감정이 벅차올랐다. 고마운 선수 동료들이 물을 뿌려줘서 좋아하는 형들이 있구나는 것을 느꼈다.

-2008년 프로 데뷔했는데 어떻게 살았나?

중학생 되자마자 태국으로 이민아닌 이민갔다. 16~17년 태국에 눌러 앉았다. 싱아에서 스폰도 받고, 군대 때문에 귀국했다.

-첫 우승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스스로 생각하는 동력은?

아마추어 신분으로 매경오픈에서 우승한 이승용 코치께 배우고 있다. 이전에 스트롱그립이었는데, 위크 그립으로 바꿔야한다고 조언하셨다. 9개월동안 그립을 바꿨다. 잘 안됐지만, 코치님이 버티면 된다고 말씀하셨다. 전역 후 2021년부터 코리안투어에 출전했는데 성적이 안나서 (심리적으로) 지친 상태였다. 이번 대회는 좋아하는 밴트그라스여서 자신있게, 기분좋게 임했다. 코치님 말씀 때문에 스윙을 바꿨는데, 성적 안나와서 기분좋다. 코치님이 나보다 마음고생이 더심했을 것 같다. 우승해서 너무 좋다.

-노룩퍼트가 화제였는데?

전역 후 퍼터가 안되더라. 자신있는 게 퍼터와 숏게임이었다. 공을 보고 있으면 왼쪽 어깨가 멈춰버리더라. 수요일 연습 때 노룩했더니 어깨가 잘 빠지더라. 노룩으로 해볼까 싶었다.(웃음) 원래는 아담 스콧이 쓰는 브룸스틱 퍼터를 갖고 왔다. 샤프트 각도가 81도여서 규정상 쓸 수 없는 퍼터라더라. 그래서 스카티카메론이 내려놓은 샘플 퍼터 하나 들고 나왔다. 모든 게 잘 맞아 떨어졌다.

-계속 노룩은 아니던데?

1~3번홀에 흔들렸다. 노룩퍼트로 파 세이브했다. 4번홀에서 이글하면서 분위기 잘 올라왔다. 라이나 내리막이 심하면 공을 보고 퍼트한다. 노룩으로는 거리감 맞추기가 어렵다. 오르막 등은 노룩으로 했다. 다음 대회때는 (규정에 맞는)부룸스틱을 가져와서 홀보고 퍼트할 거다. 79.5도가 맥시멈인데, 81도여서 못쓴다고 하더라.

-치열한 승부였는데 우승 의식했나?

홀 바이 홀로 치자고 생각했다. 스코어도 안보려고 했다. 경기 내내 1번홀, 2번홀 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15번이더라. 16번홀에서 2타차라는 거 알고 부담감이 왔다. 17번 18번 계속 실수했다. 우승 생각하지는 않았다. 부담감, 불안감 느끼기 싫었다. 공격적으로만 치자는 생각만 했다.

-아내에게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거 보여줘서 기뻤다는데, 우승했으니 한 마디?

아내가 내 눈치를 엄청봤다. 최대한티를 안내려고 하는데, 집에 들어가면 표정이 좋을 수가 없다. 눈치보는 게 마음이 아팠다. 한번도 얘기안했다. 믿고 결혼해준 사람인데, 너무 고맙고, 울면서 있을 것 같다. 사랑하고, 우승했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행복하게 둘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