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기자] K팝을 이끄는 아이돌 그룹들이 전세계 음악시장에서 놀라운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선 보이그룹의 수난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6인조 보이그룹 전 멤버가 강제 추행과 유사 강간 혐의로 징역형의 집행 유예를 선고받는 일이 발생해 큰 충격을 안기는가 하면, 신도 성폭행 혐의로 복역 중인 이재록 목사가 이끄는 만민중앙교회의 한 분파인 만국교회가 보이그룹이 속한 연예기획사의 ‘전주’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3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신이 버린 사람들’ 공개 이후 기독교복음선교회(JMS)에 연루된 아이돌 멤버가 아웃팅되고, 아가동산의 교주 김기순이 회장으로 있는 신나라 레코드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진데 이어 또다시 사이비 종교 빨간불이다.

제기된 의혹을 바탕으로 이들 보이그룹과 멤버들에 대한 정보가 추정되는 가운데, 팬덤은 물론이고 같은 업계에서도 불똥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지난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강제추행과 유사강간 혐의를 받는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세 차례 숙소와 연습실 등에서 피해자인 같은 그룹 멤버 B씨의 신체를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강제추행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유사강간 혐의는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며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봤다. A씨는 사건 이후 ‘일신상의 이유’로 팀을 탈퇴하고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아이돌 그룹이 누구인지에 대한 추측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온리원오브 등 6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들이 언급되며 애먼 루머의 피해자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한 매체는 A씨가 활동할 당시 출연했던 작품이 최근 열린 한 영화제에서 상영됐다고 보도해 누리꾼들의 추측에 더욱 불을 지폈다.

현재 가해자는 팀을 떠났지만 나머지 멤버들이 아직 활동을 하고있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해당 그룹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자칫 피해자와 멤버들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가요계에 마수를 뻗은 사이비 종교로 인한 잡음도 여전하다. 지난 3월 ‘나는 신이다’ 공개 이후 벌어진 사이비 종교 파장에 이어 이번엔 만국교회다. 만국교회는 ‘나는 신이다’ 시리즈에서 JMS와 함께 다뤄졌던 이재록 목사가 이끄는 만민중앙교회에서 분파된 교회다.

지난 30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신도 성폭행 혐의로 복역 중인 이재록 목사와 함께 만민중앙교회를 이끌어 오던 쌍둥이 자매 이희진, 이희선 목사가 이끄는 만국교회가 한 아이돌 그룹 제작의 배후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파장이 일었다.

‘PD수첩’에 출연한 탈교 신도들은 “만국교회가 C엔터테인먼트사에 투자하고 있다. 교회 직원도 이 기획사로 출근하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 회사 대표인 이 모씨는 20대로 이희진 목사가 딸처럼 아끼는 인물로 알려졌다.

실제로 ‘PD수첩’을 통해 교회 신도들이 해당 기획사로 출퇴근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이 모씨는 고급 외제차를 타고 만국교회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C엔터테인먼트 측은 만국교회와 관련성을 전면 부인했다. 만국교회가 투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다른 곳으로부터 투자받았다”며 투자금 4억 3000만원에 대한 증거 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는 아이돌 그룹 육성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으로 전 직원 역시 “지난해 활동에만 40억~50억원 정도 비용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쌍둥이 목사 측도 C엔터테인먼트 대표 이모씨와는 이종사촌 관계라고 인정하면서도, 교회 헌금이 기획사로 들어간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관련 의혹이 커지자 C엔터테인먼트 측은 1일 스포츠서울에 “만국교회와의 연루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재차 부인했다.

사이비종교와 아이돌그룹의 연루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는 신이다’ 방송 후 그룹 DKZ 멤버 경윤의 부모가 JMS 신자로 자신들이 운영하던 카페에서 팬을 상대로 포교를 했다는 주장이 나오며 파장이 일었다. 결국 불안장애 등을 호소한 경윤은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그런가하면 ‘나는 신이다’에서 노동 착취, 탈세 등을 일으킨 사이비 종교집단인 아가동산이 음반사 신나라 레코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재차 알려지면서 아이돌 그룹 팬덤 사이에서 불매 운동이 일기도 했다.

신나라레코드 현 회장이 아가동산 교주 김기순이란 사실이 알려지자 팬들 뿐만 아니라 아이브, 세븐틴, NCT 등 대형 아이돌 기획사들도 즉각 보이콧에 나선 바 있다. 여기에 만국교회까지 등장하며 가요계 후폭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송이나 뉴스를 통해 아이돌 그룹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지면 다들 우리 회사가 아닌지, 우리 아티스트가 아닌지 긴장하고 있다”라며 “몇가지 특징만으로도 아이돌은 금세 특정이 가능해 익명성을 보장받기 어렵다. 일부 멤버가 구설에 오르면 그룹에 소속된 다른 선의의 피해자까지 이름이 거론될 수 있어 2차 피해도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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