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홍성효기자] 최근 증권사의 매수 일색인 리포트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긍정적이기만 한 투자 리포트는 곧 금융소비자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딱히 변화의 움직임조차 없는 실정이다. 시장 성장을 위한 제도적 발전 방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에서 최근 1년간 1만5466개의 리포트가 나왔다. 이중 ‘매수’ 의견이 절대다수인 1만4602개, 중립 의견 856개와 매도·비중 축소 의견은 8개로 둘을 합쳐도 극소수에 해당된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에서 ‘매수’ 의견이 많은 이유는 국내 시장의 기업 문화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우선 한국은 한 기업의 ‘매도’ 리포트를 낼 경우 엄청난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매도’ 리포트의 대상이 된 기업은 즉각 반발하며 해당 증권사를 NDR(Non-deal round·기업 설명회)에 부르지 않거나 실사 방문을 거부하기도 한다.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실제 지난 4월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낸 하나증권의 애널리스트는 ‘공매도 세력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민원이 빗발쳐 금융감독원(금감원)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매도’ 의견 비율이 국내 증권사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씨엘에스에이코리아증권(26.1%),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 서울지점(23.5%)의 ‘매도’ 의견 비율은 20%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같은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해외의 경우 한국처럼 리포트를 무료로 배포하는 것이 아닌 유료로 리포트를 배포한다. 미국에서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기관투자자에게 리서치 자료 제공하고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금융기관으로부터 자료 제공을 받는다. 또한 미국은 애널리스트들이 작성한 정보에 대한 신뢰도를 여러 검증단계를 거친 후 발표한다. 타당성 검증을 펀드매니저 및 타 금융기관의 애널리스트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리포트에 대한 공신력이 강하다.

아울러 해외에서는 기업들과 이해관계가 없는 독립리서치 기관이 활성화돼 있다. 이에 객관적이고 정확한 기업 분석 정보제공이 가능해 거침없이 ‘매도’ 의견을 낼 수 있는 것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우선 한국의 이러한 기업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매수’ 일색인 리포트는 바뀌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기업이 ‘매도’ 리포트 낸 것에 대한 보복으로 NDR을 배제시키는 등 불이익을 줬을 때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손해에 대해 입증하기도 어렵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어렵다. 이에 ‘중립’ 투자의견을 내고 그래프 속에 숨겨놓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지난 5일 27개 국내외 증권사 CEO들과 만나 ‘리서치센터’의 개혁을 주문했다. 이자리에서 금감원은 증권업권과 협력해 애널리스트의 성과평가, 예산배분, 공시방식 개선 및 독립리서치 제도도입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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