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자 사브르 명맥 끊길 위기> ①진학 막힌 마지막 사총사

인천체육고등학교가 2024학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에 여자 사브르 종목을 제외했다. 인천 유일의 여자 사브르부가 사라지면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던 인천 연화중 펜싱부도 폐부를 고민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올림픽 효자종목으로 단기간에 발돋움한 사브르는 인천에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진학이 막힌 학생선수들과 인천체고, 인천시교육청, 인천시펜싱협회 관계자들의 얘기를 3회에 걸쳐 전한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인천=장강훈기자] “저희는 이제 펜싱 못하는 건가요?”

인천 펜싱계에 여자 사브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역동적인 사브르 종목 매력에 빠진 여중생 사총사는 칼을 내려놓아야 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멘붕 상태다. 당장 고교 입시를 앞둔 3학년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백방으로 방법을 찾고 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방법이 없다” “전학하거나 전향해야 한다”는 답변뿐이다. 어른들의 무책임함에 펜싱과 사랑에 빠진 어린 선수들이 꿈을 접어야 할 기로에 섰다.

한국은 펜싱 강국이다. 이 중에서도 사브르는 찌르고 베는 게 가능해 스피디하다. 남자 국가대표는 세계랭킹 1위, 여자는 2위다. ‘미녀 검객’으로 불리는 김지연(35)과 ‘황태자의 딸’로 알려진 윤지수(30·이상 서울시청) 등이 한국 여자 사브르 간판선수들이다.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2012 런던대회) 획득으로 한국 여자 사브르 역사를 새로 쓴 김지연은 도쿄올림픽 단체전 동메달 획득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준비 중인 펜싱 여자 사브르 대표팀은 윤지수를 중심으로 세대교체 중이다.

이들을 보며 ‘펜싱 국대’ 꿈을 키우던 인천 연화중 문예영 조채령(이상 3학년)과 김영현 신혜령(이상 1학년)은 꿈을 펼치기도 전에 꺾일 위기에 처했다. 사브르 선수로 진학할 길이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에뻬나 플러레로 종목을 바꾸거나, 다른 지역으로 전학해야 한다. 소녀들은 ‘사브르가 아니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여자야구 선수로 활약하다 팀이 해체하는 바람에 인천 연화중으로 전학온 문예영은 “피스트에 올라 일 대 일로 겨루는 건 야구에서는 맛볼 수 없던 매력”이라며 “다른 종목과 달리 사브르는 스피드감이 굉장해서 푹 빠져들었다. 사브르 선수로 성장해 훗날 지도자까지 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친구인 조채령은 “올림픽 출전이 목표”라며 “체육교사나 펜싱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꿈을 강제로 바꿔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인천에서 여자 사브르팀을 운영하는 곳은 인천체고뿐이다. 인천체고가 사브르부를 폐지하면 갈 곳이 사라진다. 고교 사브르부가 사라지면, 중학교 존폐도 갈림길에 선다. 문예영과 조채령은 “중학교에도 2학년 선수가 없다. 우리가 졸업하면 1학년 두 명이 남는데, 얘들을 끌어줄 선배가 없다. 입시가 코앞인데 어른들은 시원한 답을 주지 않고 있어 답답하다. 진학을 걱정해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조채령은 “지금까지 한 게 사브르다. 이 노력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장신인 편이어서 다른 종목으로 전향해도 유리하다는 말씀을 하시는데, 재미가 없다. 베고 찌르기 위해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사브르가 좋다”고 강조했다.

중학교에서 첫 학기를 보낸 1학년 소녀들도 고민에 빠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칼을 잡은 신혜령은 “플러레로 펜싱을 시작했는데 성적이 신통찮았다. 그러다 사브르로 전향한 뒤 첫 대회에서 입상했다. 경기에서 승리할 때 전율을 잊을 수가 없다. 사브르로 다시 한번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현은 “클럽에서 세 종목을 다 접했는데, 사브르가 제일 재미있다. 스피드에 반해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누구보다 사브르를 사랑하지만, 누구도 이들에게 “계속해‘라고 선뜻 말하는 어른이 없다. 부모가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인천체고의 폐부 의지가 완고해 인천시교육청과 인천시 펜싱협회도 대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뾰족한 수가 없어 더 답답하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