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해가 바뀌면서 신년사를 통해 한 해 목표를 세우고 변화를 약속한다. 하지만 이러한 목표와 약속들은 기업 수장들의 변화, 산업 현황, 글로벌 경제상황에 따라 궤를 달리하고 있다. 스포츠서울에서는 신년사를 통해 밝힌 기업들의 한해를 조명하고, 변화를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2023년 상반기 금융사 수장들은 정한 목표와 수행성과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찾아봤다. -편집자주-
[스포츠서울 | 홍성효기자] 인터넷전문은행 1호, 선두주자라고 일컬어지던 케이뱅크가 이제는 정체기에 접어들어 성장성마저 우려된다는 평가다. 출범한지 3년차, 케이뱅크는 올해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을 통해 △신속한 시장 대응 △위기에 강한 문화 확립 등을 강조하며 위기를 타개해 나갈 것이라 선언하기도 했다.
◇ 변화에 빠른 시장 대응 ‘긍정적’, 기업문화 평가 ‘하락’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는 역성장을 기록했지만, 지난 2분기까지 9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 케이뱅크는 2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기간(457억원)보다 45% 하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의 호실적과 대비되는 결과다.
이에 따라 케이뱅크의 질적 성장에 대해 금융권 안팎의 우려섞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서 행장이 강조한 위기 타개와는 궤를 달리하고 있다고 분석되는 이유다.
올해 케이뱅크는 신속한 시장 대응을 위해 서비스와 상품을 집중적으로 내놨다. 우선 펌뱅킹 서비스를 인터넷(오픈API) 기반으로 제공했다. 인터넷 기반 펌뱅킹은 제휴사가 별도의 전용회선 구축이나 회선 이용에 따른 비용 부담 없이 펌뱅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시간과 비용 절약이 가능하다. 이에 펌뱅킹 서비스를 원하는 기업의 은행 제휴가 더욱 쉬워졌다.
또한 ‘고정금리 전세대출’, ‘공모주 메이트’, ‘자동차대출 갈아타기’ 등을 인터넷전문은행 최초로 내놨다. 고정금리 전세대출은 변동금리와 달리 대출기간 중 동일한 금리가 적용돼 계획적인 이자 관리가 가능한 비대면 전세대출 상품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5월 출시된 공모주 메이트는 공모주 청약 일정을 한 눈에 확인하고 예상 배정주까지 계산하는 서비스다. 7월말 누적 이용건수가 130만을 돌파하며 케이뱅크 고객수 증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4일 자동차대출 갈아타기 상품을 출시하며 자동차 대출 시장에도 진출했다.
이 같은 활동들로 인해 케이뱅크의 지난 8월 고객수 900만을 돌파했다. 이는 수신 평균잔액 증가로 이어져, 지난 7월 말 전체 고객 1인당 수신 평균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26% 증가했다.
서호성 행장이 강조한 위기에 강한 문화확립을 위해서는 지난 5월을 ‘Co-끼리 데이’ 기간으로 정하고 사내 행사를 진행했다. ‘Co-끼리 데이’는 평소 업무 진행 시 코워크(Co-work)를 하는 팀끼리 자발적으로 모여 그룹을 형성하고 서로 친목을 다 질 수 있는 행사를 구성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활동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현직자들이 평가한 케이뱅크의 올해 기업만족도는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기업 정보 플랫폼 잡플래닛에 따르면 올해 케이뱅크의 기업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기록한 3.6점보다 하락한 모습이다. 특히 △복지 및 급여 △업무와 삶의 균형 △사내문화 △승진 기회 및 가능성 △경영진 항목 모두 지난해보다 점수가 낮아졌다.
다른 항목에 대한 평가도 하락세다. ‘기업 추천율’의 경우 지난해 58%에서 올해 33%로 내려갔다. 같은 기간 ‘CEO지지율’은 39%에서 22%까지 떨어졌다. ‘성장가능성’ 45%에서 33%로 하락하며 부정적인 기운이 짙은 모습이다.
◇ 올해 최대 과제 IPO, 연내 불가능 ‘지배적’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은 신년사에서 연내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연내 상장은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IPO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차갑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케이뱅크는 수익성과 성장세가 예년만 못해 시장에서 평가되는 기업가치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아울러 최근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규모 급증을 두고 철저한 현장검사를 예고해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프리 IPO 절차에 착수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프리 IPO란 일반적으로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향후 몇 년 이내에 상장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투자자들은 상장 때 지분을 다시 매각하는 조건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프리IPO가 진행되면 가까운 시일에 상장이 진행되지 않는다.
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은 올해 말 임기 만료될 예정이다. 지난 2021년 서 행장이 부임한 이후 케이뱅크는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는 IPO 연기, 성장세 둔화 등으로 인해 새로운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된다.
남은 하반기 서 행장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케이뱅크는 상반기 정체가 아닌 날아오를 도약의 시기를 만들어야 되는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선주주자로서 하반기 새로운 전략적 마무리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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