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 이후 유통 업계 매출 11조7800억원 증대

[스포츠서울 | 원성윤기자] 한국 야구대표팀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함으로써 아시안게임 4연패 금자탑을 달성했다. 또 한국 24세 이하(U-24) 축구 대표팀 역시 일본 U-22 대표팀에 2대1로 승리하고, 양궁·e스포츠 등 여러 종목에서 금메달 소식이 이어지자 묵묵히 후원해 온 기업들 역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국가대표팀의 선전은 아시안게임 이후 국가홍보효과, 기업이미지 제고, 매출 증대 등 최소 수조원의 경제적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유통업계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마다 매출 효과를 톡톡히 본 만큼 아시안 게임 이후 특수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열린 제22회 카타르 월드컵 이후 유통업체 온·오프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8.4% 증가(총 14조7800억원)하며 매출 신장에 기여해 업계에서는 이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 나이키 2400억 역대 최대 스폰서십…아시안게임 이후 특수 주목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올림픽 메달의 경제적 가치와 시사점’ 보고서(2016)에 따르면 올림픽 메달 1개 획득을 통한 경제적 효과가 최대 269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올림픽보다는 흥행이 낮은 아시안게임이지만, 국제대회인 만큼 이후 파급력은 올림픽에 못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8일 현재 한국의 아시안게임 메달은 총190개로 종합 3위에 랭크돼 있다.

나이키는 대한민국 남녀 축구 대표팀 등을 후원하고 있다. 나이키는 지난 2020년 대한축구협회와 2031년까지 2400억원 규모의 역대 최대 규모의 파트너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나이키의 과감한 투자가 한국 축구의 경쟁력 강화로 직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후원에 감사함을 표했다.

또 나이키는 메달리스트인 신유빈(탁구), 세계 랭킹 1위 안세영(배드민턴)를 후원하고 있다. 특히 신유빈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수상 직후 깜찍한 ‘하트 세레머니’를 연출하며 중국 현지를 비롯해 많은 이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어 광고 효과 또한 톡톡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프로스펙스는 대한민국농구협회와 공식 후원 계약을 체결하고 2026년까지 대한민국 농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유니폼과 훈련복 등 의류와 용품 지원하기로 했다. 또 야구, 레슬링, 럭비, 사이클 국가대표팀도 공식 후원하며 해당 종목 선수들은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프로스펙스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뛰면서 상표 노출 효과를 누렸다.

영원아웃도어 노스페이스는 팀코리아의 역대 최장기 후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10년째 대한체육회 공식 파트너사다. 노스페이스는 시상용 단복과 트레이닝 단복, 개인 장비 등 15개 품목으로 구성한 팀코리아 공식 단복을 지원했다. 노스페이스는 대한민국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팀(애슬리트팀) 소속 정지민 선수를 후원하기도 했다. 정지민 선수는 이번 대회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스피드 계주 부문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무신사스탠다드는 지난 8월 대한체육회와 공식 후원 계약을 체결하고 대한민국 선수단 ‘팀코리아’ 단복 제작을 맡았다. 무신사스탠다드는 개·폐회식 단복을 제작했다.

◇ 현대차그룹 정몽구·정의선 ‘39년 양궁 후원’ 항저우 ‘금빛’ 원동력

‘양궁의 키다리 아저씨’는 현대차그룹이다. 대한민국 양궁은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 금메달 4개 등 총 11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지난 39년간 이어진 현대차그룹의 체계적인 후원이 큰 기여를 했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평가다. 이는 국내 단일 종목으로 가장 오래 이어져 오고 있는 후원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이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이후부터 현재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회장의 지원이 없었다면 ‘금빛 사냥’은 불가능했다는 게 양궁계의 전언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1985년부터 1997년까지 4번의 대한양궁협회장을 역임하고 현재까지 대한양궁협회 명예회장에 재임하고 있다. 양궁 인구의 저변확대와 우수인재 발굴, 장비 국산화 등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이 되는 기반을 마련했다.

현대차그룹은 최상 품질의 화살을 선별하는 장비인 ‘고정밀슈팅머신’, 점수를 자동으로 판독하고 데이터 베이스화하는 ‘점수 자동기록 장치’, 비접촉 방식으로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측정해 선수들의 긴장도를 측정하는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비’를 개발해 선수들이 보다 체계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 3D 프린터로 선수의 손에 최적화한 ‘맞춤형 그립’을 제작해 대회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대회에도 후원은 계속됐다. 현대차그룹은 경기장에서 약 3㎞ 떨어진 호텔에 전용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 선수들이 경기 전후 빠르고 충분히 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휴게 공간에서는 물리 치료를 받고 샤워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했고, 샌드위치와 유부초밥, 주먹밥, 과일 및 음료 등 다양한 간식을 구비해 피로를 풀도록 도왔다.

경기 기간에는 선수들에게 점심으로 한식을 제공하기 위해 항저우의 유명 한식당과 계약을 맺을 정도로 힘을 썼다. 선수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선정하고, 식자재 구매부터 조리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한다. 쌀밥과 숭늉, 된장찌개, 소불고기, 오리주물럭, 묵은지 닭찜, LA갈비, 전복구이 등 식단 구성은 매일 다르게 해 선수들이 경기에 최대한 집중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 주목하지 않던 e스포츠 후원…기아·우리·대한항공

이번 항저우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한국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표팀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면서 이들을 후원한 기아와 우리금융, 대한항공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아는 지난 2019년부터 ‘유럽 · 중동 · 아프리카 챔피언십(LEC, 구 리그 오브 레전드 유럽 리그)’ 지역리그 후원과 2021년부터 ‘디플러스 기아(Dplus KIA, 구 담원 기아)’ 후원 파트너십을 지속하며 국내외 e스포츠 발전을 위한 다양한 지원과 마케팅 활동을 주도적으로 진행해왔다. 이번 아시안게임 결선 진출을 위한 예선전인 지역대회(Road to Asian Games), 국가대표 출정식과 평가전 등 e스포츠 국가대표의 일정을 함께했다. 특히 기아는 국가대표 공식 유니폼 전면에 기아 로고를 노출해 e스포츠 활성화노력을 전 세계 팬들에게 알렸다.

기아 관계자는 “e스포츠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글로벌 스포츠 대회 최초로 공식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최선을 다해 국가대표를 후원해 왔다”며 “대한민국 e스포츠 산업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용삼 한국e스포츠협회 직무대행은 “대한민국 e스포츠의 역사적인 순간을 기아와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우리금융 역시 지난 5년 동안 꾸준히 e스포츠를 후원해 왔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8년부터 국내 LOL(League of Legends) 리그인 LCK의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고 있으며, 지난 2021년에 한 차례 후원을 연장한 바 있다. 대한항공도 이번 대회에 e스포츠와 후원 계약을 체결하고 대회 기간동안 국가대표팀의 공식 유니폼 상의와 미디어월에 대한항공 로고가 노출되는 등 국가대표 공식파트너사로서 지위를 누렸다.

◇ 신한·KB·우리·OK 등 금융권 지원 사격도 한몫

금융권의 지원 사격도 한몫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국가대표팀 가운데 배구, 핸드볼, 하키, 유도, 탁구, 스포츠 클라이밍, 브레이킹 등 총 7개 선수단을 후원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아시안게임을 한달 여 앞둔 지난달 29일 국가대표 선수촌을 찾아 국가대표팀에게 격려금 총 1억원을 전달하는 등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KB금융그룹은 여자골프, 수영, 배드민턴, 기계체조, 농구, 카누 등의 국가대표팀을 후원했다. 특히 KB금융은 유망주 육성차원에서 수영의 황선우 선수를 꾸준히 후원한 끝에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또 계열사 소속의 프로선수들인 여자농구 박지수과 강이슬 선수, 남자배구 황택의과 나경복 선수도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우리금융그룹은 e스포츠, 여자농구, 골프, 수영, 근대 5종,남자배구 등 6개 종목을 후원해 왔다. 또 그룹 소속 국가대표 선수 8명이 출전했다.

사상 첫 ‘재외동포 출신’ 단장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은 이번 아시안게임 선수단장에 선임됐다. 최 회장은 지난 도쿄올림픽에서도 부단장을 맡는 등 수년간의 스포츠 후원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아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단장을 역임하게 됐다. 최윤 회장은 스포츠산업 발전과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자 배구, 럭비, 골프, 농아인야구, 유도, 여자농구, e스포츠 등 다양한 스포츠와 인연을 맺으며 해마다 후원사업을 펼쳐오고 있다.

◇ 2038년 대구·광주 하계아시안게임 공동 유치 힘받나

이 같은 선수들의 선전과 기업들의 후원에 힘입어 ‘2038년 하계아시안게임’이 대구·광주시의 공동 유치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지난 3월 대구시·광주시체육회는 대한체육회를 방문해 ‘2038 하계아시안게임’ 개최 기본 계획서를 제출했다. 대한체육회는 대구와 광주 등 유치희망도시를 대상으로 2차례에 걸친 현지 조사를 통해 경기시설과 숙박, 교통,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뒤 이사회와 대의원 총회를 거쳐 유치 후보 도시로 선정하게 된다.

광주전남연구원이 ‘2038 하계 아시안게임 공동유치’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를 분석한 결과, 광주지역의 파급효과는 생산 유발 1조 4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6834억원, 취업 유발 인원 1만6000명으로 예측했다. 관광수익도 약 6159~7735억원으로 추정했다. 경제성 분석 결과도 비용 대비 편익 비율(B/C)이 1.10으로 1보다 커 경제성이 있는 사업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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