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동영기자] “죽으라는 법은 없네요.”

올시즌 SSG의 ‘캡틴’이었다. 극도의 부진 속에 주장직을 반납했다. 이후 마음을 비웠다. 그랬더니 살아났다. 8월부터 꿈틀댔고, 9월부터는 완전히 다르다. 덕분에 SSG도 살았다.

한유섬은 16일 경기까지 마친 현재 108경기, 타율 0.274, 7홈런 54타점, 출루율 0.355, 장타율 0.395, OPS 0.750을 기록중이다.

주전으로 올라선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좌타 거포라 하는데 홈런이 7개가 전부다. 장타율도 4할이 채 되지 않는다.

7월까지 부진했던 것이 치명타로 돌아왔다. 4월 타율 0.183, 5월 타율 0.213에 6월 타율 0.135, 7월 타율 0.154에 그쳤다. 개막 후 7월까지 61경기, 타율 0.184, 2홈런 22타점, OPS 0.528이다.

7월말에는 주장직 반납 의사를 표했고, 김원형 감독이 수락했다. 오태곤이 투표를 통해 새 주장이 됐다. 한유섬은 묵묵히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8월 들어 월간 16경기에서 타율 0.286, 2홈런 6타점, OPS 0.804를 생산했다.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살아났다’는 소리가 나왔다.

9월 이후 완전히 터졌다. 9월1일부터 10월16일까지 31경기에서 타율 0.429, 3홈런 26타점, OPS 1.115를 쐈다.

사실 9월은 SSG에게 악몽의 한 달이었다. 23경기, 6승 2무 15패, 승률 0.286에 그쳤다. 3위였던 순위가 한때 6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래도 한유섬이 덕분에 더 떨어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원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힘든 과정에서도 계속 열심히 했다. 우리가 9월에 너무 안 좋았다. 침체됐다. 선수들이 힘을 내면서 반등했다. 특히 타격 쪽에서 한유섬이 잘해줬다”고 짚었다.

사실 한유섬도 마음고생이 심했다. 대신 아등바등하지 않았다. 한유섬은 “어느 순간부터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상대 투수와 타이밍 싸움만 생각한다. 심플하게 간다”고 말했다.

이어 “그냥 다 내려놨다. 야구 자체를 내려놨다는 것보다는, 내가 전광판을 안 본 지 오래됐다. 기록상 최악의 한 시즌 아닌가. 8월말부터는 ‘올해는 안 되나 보다’ 싶었다. 편하게 했다. 그랬더니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단다. 한유섬은 “야구장에 나오는 것이 정말 행복하지 않았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내 직업이다. 그냥 꾸준히 준비했다”고 돌아봤다.

또한 “반등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 9월부터 조금씩 살아나면서 팀에 보탬이 된 것 같아 다행이다.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싶더라”고 덧붙였다.

부진해도 ‘클래스’를 보였다. 원래 이렇게 잘 치는 타자다. 이례적인 부진이었을 뿐이다. 역시 SSG에는 한유섬의 힘이 필요하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