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여배우가 설 자리가 없다”는 말은 옛말이 됐다. 조금만 돌아봐도 원톱으로 나서는 여주인공이 즐비하다.

배우 수지, 박보영, 이유미, 박은빈, 장나라, 신혜선, 장서희 등이 원톱 주인공을 맡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장악했다. 장르도 청춘 로맨스와 의학 드라마, 히어로물, 심리 스릴러, 액션 등 다양하다.

여성 서사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은 대체로 당차고 독립적인 가운데 일부 캐릭터는 다소 소극적이거나 악역도 있다. 장르뿐 아니라 극 안에서 비치는 배우들의 면면이 형형색색이다.

◇청춘의 표상 수지와 정신병동에 간 박보영

넷플릭스는 10월과 11월 두 편의 원톱 여주인공을 꺼냈다. ‘이두나!’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병동’)이다.

‘이두나!’는 아이돌 출신이었다가 상처와 결핍으로 속세를 떠난 이두나(수지 분)가 평범한 대학생 원준(양세종 분)을 만나 점차 치유되는 이야기다. 큰 사건 없이 일상 속에서 점차 달라지는 두나의 성격, 분위기, 감성에 집중한 작품이다. 너무 많은 상처와 아픔으로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두나가 점차 마음을 여는 과정이 섬세하게 담겼다.

‘정신병동’은 환자를 보살피는 마음이 지나쳐 동료들과 협업이 어려운 다은(박보영 분)이 정신과에 전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다양한 정신병을 앓는 환자와 사연이 나오며, 병동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에피소드가 어우러진다. 평범한 간호사 다은의 시선으로 정신병에 대한 선입견을 온화하게 바라본다. 최근 가장 따뜻한 힐링 드라마라는 평가다.

◇마약과 싸우는 이유미-가수를 꿈꾸는 박은빈, 배신당한 장나라

TV드라마도 여성을 앞세웠다. JTBC ‘힘쎈여자 강남순’(이하 ‘강남순’)을 시작으로 tvN ‘무인도의 디바’, TV조선 ‘나의 해피엔드’까지, 여성 주인공인 작품이 인기다.

‘강남순’은 태어날 때부터 괴력을 가진 영웅 강남순이 몽골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뒤 우연히 알게 된 마약 밀매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타이틀롤 이유미를 비롯해 김정은, 김해숙까지 우먼파워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들은 강남을 상징으로 하는 물질만능주의를 꼬집는다. K-히어로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시원한 전개가 시청자의 갈증을 풀어준다.

‘무인도의 디바’는 섬에서 15년을 산 서목하(박은빈 분)가 섬을 벗어나 노래하는 디바가 되는 이야기다. 춘삼도라는 섬에서 어른들에게 보호받지 못하다가, 가수 윤란주(김효진 분)를 만나면서 점차 가수의 꿈이 구체화한다. 그 과정에서 가정 폭력 같은 사회적인 문제까지 제기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맑은 에너지를 부여한 박은빈이 벌써 강렬한 긍정에너지를 만들고 있다.

‘나의 해피엔드’는 성공한 생활가구 브랜드 CEO 서재원(장나라 분)이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면서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 드라마다. 100만 구독자가 있는 인플루언서이자 수천억원 매출을 올리는 자수성가 CEO가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면서 휘몰아치게 된다. 장나라를 중심으로 손호준, 소이현, 김홍파, 박호산과 같은 내공 있는 배우들이 한데 뭉쳤다.

◇링 위의 복서 신혜선과 딸을 잃은 장서희

스크린도 여주인공이 장악했다. 영화 ‘용감한 시민’과 ‘독친’이다. 코미디 액션 장르의 ‘용감한 시민’은 신혜선을, 스릴러 드라마 ‘독친’은 장서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용감한 시민’은 복서 출신 기간제 교사 소시민(신혜선 분)이 학교폭력을 저지르는 절대 권력 한수강(이준영 분)을 제압하는 이야기다. 어떻게든 불의를 외면하려 하지만, 들끓는 정의감으로 악을 처단하는 내용이다. 긴 팔다리를 휘젓는 신혜선과 몸 잘 쓰는 이준영의 액션이 눈을 사로잡는다.

유수의 영화제를 휩쓴 ‘독친’은 고3 딸 유리(강안나 분)를 잃은 엄마 혜영(장서희 분)이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딸의 자살을 받아들이지 못한 엄마가 딸의 과거 행적을 찾아다니다, 문제의 주범은 자신이라는 걸 알아간다.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딸의 인격을 빼앗은 엄마를 통해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전한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국내 미디어산업이 글로벌 시장과 맞닿으면서 다양한 이야기 차원에서 여성 서사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의 남성 서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아울러 그동안 잘 찾지 않았고, 소외된 여성의 이야기가 여성 시청자들을 흡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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