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됐어요. 박수 쳐주니까 등 떠밀려서 가고 있더라고요. 이게 아닌데 하면서 20대가 지나갔어요.”
송승헌은 벼락스타였다. MBC 청춘시트콤 ‘남자셋 여자셋’(1996)은 방송 1주일을 앞두고 캐스팅됐다. 모델 일을 하다 배운 적도 없는 연기를 시작했다. ‘숯검댕이 눈썹’과 이의정과 알콩달콩한 연애로 스타덤에 올랐다. 한국형 로맨틱 코미디 시초였지만, 정작 본인은 내린 평가는 박했다.
자괴감이 컸다. 송승헌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저한테는 첫 직업이 연기자였다. 재미가 없었다. 내 돈벌이 수단으로 했다”고 토로했다. 이런 마음이 변한 건 한 통의 편지 덕분이었다.
“저는 별생각 없이 연기를 했는데, 제 연기로 위로와 감동받았다는 편지를 받았어요. 너무 창피했어요. 그냥 일로 했는데, 누군가는 제 연기를 크게 받아들여 줬어요. 그때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진실되게 연기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소중한 편지였어요.”
각성은 영화 ‘인간중독’(2014)에서 꽃을 피웠다. 며 송승헌은 “사랑하지 않는 아내 이숙진(조여정 분)와 권태로운 결혼생활 중에 부하 아내 가흔(임지연 분)을 사랑하는 김진평이 가진 욕망을 연기하면서 연기 인생 터닝 포인트를 맞이했다”며 “결혼을 했는데 ‘첫사랑’이 나타났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사회적 시선으로 봤을 때는 안 되지만 인간 내면에 있는 은밀한 욕망과 갈등을 드러내려 했다”고 말했다.
관습을 벗어나는 캐릭터는 전작과 함께한 지난 20일 개봉한 ‘히든페이스’에서도 이어졌다. 김대우 감독과 다시 한번 ‘불륜’에 도전했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전라 노출을 한 송승헌 박지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둘이 비슷한 점이 많아요. 신인이었고, 말 없고 조용했어요. 촬영에 들어가면 돌변하는 스타일이에요. 수줍음이 많은데 독하게 해내는 그런 공통점이 있었죠.”
마흔 언저리에 사회를 터득했다. 이제야 편안함에 이르렀다. 송승헌은 “결국 나이를 먹다 보니까 만들어졌다. 모르는 사람이 있으면 아예 말을 안 할 정도였다. 질문해도 ‘네네’하고 끝일 정도였다”면서도 “친구를 만나면 일이 끝났다는 생각에 말도 많고 너무 좋아했다. 이제 편해지다 보니 대중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히든페이스’에선 분식집 아들로 마에스트로 자리에 오른 성진이 가진 결핍과 욕망을 잘 그려냈단 평이 나왔다. 송승헌은 “욕망덩어리, 컴플렉스 자체인 성진은 사실 제 과가 아니다. 이렇게 의뭉스러운 캐릭터는 처음”이라며 “이런 캐릭터도 어울리네 그런 이야기 들었으면 해 ‘술 한잔하실래요’ 장면 하나에 30번 넘게 감독님이 원하는 톤을 찾으며 고심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