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SK와 현대차, 롯데를 제외하고 국내 주요 그룹의 연말 인사가 대체로 결정됐다.

올해 인사 키워드는 ‘성과주의’와 ‘세대교체’로, 실적 부진에 승진 폭은 대체로 줄었지만 ‘젊은 리더’와 기술 인재 발탁 기조는 유지됐다.

◇ 1970년대생 경영 전면에…세대교체 속도

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예년보다 일주일가량 앞당긴 지난달 말 사장단·임원 인사를 단행, 한종희·경계현 대표 체제를 유지했다.

글로벌 복합 위기와 실적 부진으로 사장 승진자는 2명에 그쳤고, 부사장 이하 임원 승진 숫자도 143명에 그쳐 소폭 임원 인사를 단행한 2017년 5월(90명) 이후 가장 적었다.

성과주의에 기반한 ‘젊은 리더’ 발탁과 세대교체 기조는 유지됐다.

한종희 부회장이 맡고 있던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를 1970년생인 용석우 사장이 승진과 동시에 물려받으며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삼성 주요 계열사 사장단 중에 오너가(家)인 이부진(53) 호텔신라 사장을 제외하고 1970년대 이후 출생은 용 사장이 처음이다.

39세 상무와 46세 부사장이 등장했고, 소프트웨어(SW) 전문가와 차기 신기술 분야 우수 인력도 다수 승진했다.

삼성SDS에서도 사상 첫 30대 상무가 나왔다.

LG그룹은 지난달 22∼24일 계열사별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가속화하고 ‘구광모 체제’를 강화했다.

‘44년 LG맨’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용퇴하면서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 시절 임명된 부회장단은 모두 현직에서 물러났다. 대신 1969년생인 김동명 사장이 LG에너지솔루션 신임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되며 수장이 12년 젊어졌다.

LG이노텍에서는 1970년생인 문혁수 부사장이 신임 CEO로 선임됐다. 그룹 전체 신규 임원의 97%는 1970년 이후 출생자다.

전체 승진 규모는 지난해(160명)보다 줄어든 139명에 그쳤지만, 미래 사업 역량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인재는 31명 승진했다. 이에 따라 그룹 내 R&D 임원 규모는 역대 최대인 203명으로 늘어났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100대 기업 인원 7345명 중 1970년대 출생자 비중은 작년 45% 수준에서 올해 52% 이상으로 늘었다.

1970년대생이 기업 내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1980년 이후 출생한 MZ 세대들도 속속 임원 자리를 꿰차고 있다.

지난 10월 일찌감치 인사를 마무리한 한화그룹의 경우 한화솔루션에서 1980년대생 4명이 임원으로 승진했다.

◇ 30∼40대 오너 3·4세 약진, ‘젊은 피’로 수혈

30∼40대인 오너가 3·4세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34)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GS그룹은 창립 이후 최대 규모였던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오너가 4세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허윤홍(44) 사장은 GS건설 대표에 올랐고,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 허서홍(46) 부사장은 GS리테일의 경영전략서비스유닛장을 맡는다.

이와 함께 허철홍(44) GS엠비즈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허주홍(40) GS칼텍스 상무와 허치홍(40) GS리테일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다.

현대가 3세인 정기선(41) HD현대 부회장은 2021년 사장에 오른 지 2년여 만인 이달 초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오너 경영 본격화를 알렸다.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한국무역협회장)의 장남인 구동휘(41) 부사장은 LS MnM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그룹 미래 사업의 핵심인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맡는다.

박삼구 금호그룹 전 회장의 장남 박세창(48) 금호건설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39)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 사장은 지주사인 ㈜코오롱의 전략부문 대표 부회장으로 승진 내정됐고, OCI 창업주 고(故) 이회림 회장의 손자인 이우일(42) 유니드 대표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 SK·롯데, 금주 인사…현대차도 후속 인사

그동안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활동에 몰두했던 SK그룹은 오는 7일께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CEO 세미나’에서 ‘서든 데스’를 언급하며 생존과 변화를 강조한 만큼 그룹 안팎에서는 올해 인사의 폭이 예년보다 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지난해 말 인사에서 유임된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부회장단의 거취가 관전 포인트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역할 변화 등도 관심사다.

롯데그룹도 이르면 6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인사는 통상 매년 11월 마지막 주에 단행됐으나, 올해는 신 회장의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 등으로 이달 초로 다소 늦어지게 됐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승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과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 등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는 대표들의 교체 여부도 관심사다.

지난달 17일 현대제철과 현대모비스 대표를 선임하며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인사 시즌의 문을 연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후속 임원 인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임원 승진자도 예년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의 경우 신규 임원 176명 중 3분의 1을 40대로 채우고, 그룹 주력 미래 사업 분야인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전환 등에서 전체 승진 인사의 70%를 발탁했던 만큼 올해도 젊은 리더와 미래 사업 분야 인재의 대거 발탁이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1970∼1980년대 젊은 오너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이들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인사가 진행 중”이라며 “조직을 빠르게 진두지휘하기 위해 승진 속도가 빠르고, 자신의 경영 색깔이 드러날 수 있는 측근 체제를 견고히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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