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브라이턴=고건우통신원·김용일기자] ‘캡틴’ 손흥민(토트넘)이 브라이턴 원정 패배 이후 굳은 얼굴로 공동 취재구역을 빠져나갔다. 평소 경기 결과나 자기 활약도와 관계 없이 국내 취재진과 가감 없이 대화를 나누는데, 이날은 취재진도 말을 걸기 어려울 정도로 지쳐 보였다.
그만큼 속이 상한 경기다. 이례적으로 동료에게 격노하기도 했다.
손흥민은 29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잉글랜드 브라이턴에 있는 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9라운드 브라이턴과 원정 경기에서 왼쪽 윙어로 선발 출격, 0-4로 뒤진 후반 36분 알레호 벨리스의 만회골을 도우며 리그 5호 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토트넘은 2-4로 대패, 승점 36(11승3무5패.5위)으로 제자리걸음했다.
토트넘은 이날 손흥민~히샬리송~브레넌 존슨이 공격진에서 호흡을 맞췄다. 데얀 클루셉스키가 뒤를 받쳤다. 그러나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온 브라이턴 기세에 최근 부상 리스크를 안은 수비진이 휘청거렸다.
전반 11분 만에 잭 하인셀우드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12분 뒤엔 클루셉스키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허용해 주앙 페드루에게 실점했다.
토트넘은 후반 추격에 나섰지만 히샬리송이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놓치는 등 좀처럼 따라붙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18분 페르비스 에스투피난에게 왼발 중거리포로 세 번째 실점했고, 후반 31분엔 교체로 들어온 지오바니 로셀소가 또다시 상대에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결국 주앙 페드루가 다시 키커로 나서 멀티골을 완성했다.
히샬리송이 벤치로 물러난 뒤 원톱으로 올라선 손흥민은 끝까지 고군분투했다. 전반에만 세 차례 슛을 시도한 그는 후반 무리하게 욕심내지 않으면서 동료를 지원사격했다. 기어코 후반 36분 페널티 아크 오른쪽에 공을 잡았는데 욕심내지 않고 왼쪽 노마크 상황이던 벨리스에게 연결했다. 그가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직전 에버턴과 18라운드(2-1 승)에서 리그 11호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2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리그에서 도움을 기록한 건 지난 11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16라운드(4-1 승)에서 3~4호를 해낸 뒤 3경기 만이다.
토트넘은 5분 뒤 벤 데이비스의 헤더 추가골이 터지는 등 막판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후반 추가 시간도 9분이나 주어졌다. 그러나 토트넘은 더는 추격하지 못했다. 특히 후반 파페 사르 대신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은 브리안 힐이 한 차례 무리하게 슛을 시도한 적이 있는데, 공간을 찾아 움직인 손흥민은 크게 분노했다.
손흥민은 평소 뛰어난 경기력 뿐 아니라 동료 사기를 끌어올리는 친화력과 리더십으로 인정받는다. 그런 그가 격노하는 건 이례적인 일. 가뜩이나 상대 기세에 팀이 맥 빠진 경기를 펼쳤는데, 교체 자원의 이기적인 플레이에 몹시 실망스러워했다. 힐은 뒤늦게 손을 들어올리며 사과했으나 이전까지 3연승으로 다시 오름세를 탄 토트넘에 아쉬운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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