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새해 영화계는 ‘외계+인’ 2부로 들썩이고 있다. 최동훈 감독의 연출작이자, 막대한 자본이 투입됐으며, ‘신과 함께’처럼 2부로 나뉜 작품이다. 1년 반 만에 완성체를 이룬다는 점에서 관심이 남다르다.
배우 류준열은 극 중 얼치기 도사 무륵을 맡았다. 적당히 남의 기술을 빼앗는 수준의 도술을 앞세워 임기응변과 말재간만으로 버티는 인물이다. 우연히 이안(김태리 분)을 알게 되고, 그를 돕다 자신의 몸속에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도술은 물론 내면도 점차 성장한다.
무륵은 이안을 도와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하는 인물이다. 류준열은 도술을 활용한 액션은 물론 코미디로 웃음을 이끌면서 관객의 시선 역할도 맡는다. 다양한 역할이 주어졌음에도, 안정적인 연기로 이야기를 이끈다.
류준열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소재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빨리 2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최동훈 감독님 영화는 재밌는 걸 펼쳐 궁금증을 자아내고, 인물이 한곳에 모이면서 결론을 낸다. ‘외계+인’의 실제 얘기는 2부에 있어서, 1부만 나간 상황에서는 답답함이 있었다. 이제라도 2부를 보여드린다는 것에 기쁨이 있다”고 말했다.
◇“운명을 말하는 ‘외계+인’, 1부 안 봐도 충분해”
‘외계+인’ 1부는 예상 밖의 성적을 거뒀다. 데뷔 후 실패를 몰랐던 최동훈 감독과 이름값 높은 배우들이 즐비한 라인업에 기대감이 너무 높아서였을까, 아니면 답이 정해지지 않은 이야기의 아쉬움 때문이었는지 기대만큼의 성적은 거두지 못했다.
향후 다양한 OTT를 통해 공개된 뒤 재평가가 이어졌다. 이렇게 혹평을 받을 영화는 아니었다는 게 영화팬들의 중론이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에서 오랫동안 상위권을 차지했고, 개봉을 앞둔 요즘엔 역주행에 성공, 탑10에 오르기도 했다. 다시 기대감이 차오르고 있다.
“감독님이 정말 애를 많이 쓰신 것 같아요. 1부를 보지 않고도 2부를 보게끔 이야기를 만드셨어요.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요. 2부만 보고도 한 편의 영화가 완성됐어요. 내밀하게 보고 싶은 분들은 1부를 보고 오면 더 좋겠죠.”
‘타짜’에선 고니(조승우 분)와 정마담(김혜수 분) 사이 러브라인이 있고, ‘도둑들’에선 마카오박(김윤석 분)과 팹시(김혜수 분)가 과거 연인으로 설정됐다. 반면 ‘외계+인’ 2부의 무륵과 이안은 관계가 불분명하다. 이안은 신검을 찾아 현대로 돌아갈 생각에만 몰두하고, 무륵은 굳이 원하지 않는 이안을 은근히 돕는다. 그 과정에서 애틋함 이상의 감정은 없다.
“이 영화는 운명을 말하고 있어요. 운명이란 건 어쩌면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일 수 있죠. 이안에 대한 감정도 불명확해요. 저는 이안과 멜로라고 생각하고 찍긴 했어요. 하하. 영화를 보니 그저 막연히 끌렸던 것 같아요. 무륵은 막연함에 끌려 엄청난 모험을 하게 된 거고, 인연을 이어갔을 뿐인데 세상을 구하게 된 거죠. 마지막에 ‘두고 온 말이 있어서’라면서 다시 모험을 시작하죠. 그 두고 온 말이 이안에 대한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재능과 노력 중 재능이 더 낭만적이야”
‘외계+인’은 최 감독의 전작 ‘전우치’와 닮았다. 도술을 쓰는 주인공이 현대로 넘어와 모험을 하는 대목이 그것이다. 류준열과 강동원에 대한 비교는 불가피하다.
“무륵은 분명한 인과관계가 있는 인물이에요. 처음에는 엉뚱한 얼치기인데, 재능이 있는 도사인 거죠. 저는 재능과 노력 중 재능이 더 낭만이 있는 것 같아요. 재능은 하늘이 준 감각이잖아요. 그러다 장벽을 느끼고 노력해서 뛰어넘는 그런 과정이 낭만적이에요. 재능과 노력으로 장벽과 자괴감을 이겨내는 게 무륵의 매력이죠.”
재능이 노력보다 더 낭만적이라는 말이 선뜻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류준열은 영화의 메시지와 낭만을 엮어 설명을 이어갔다.
“‘물안개’ 대사나 ‘뜰 앞의 잣나무’와 같은 대사가 많잖아요. 이런 것들이 쌓였을 때 오는 낭만이랄까요. 낭만이 삶에 꽉 채워졌을 때 오는 희열이 있어요. 문득 산책할 때 찾아오기도 하고요. ‘내가 이 맛에 살지’라는 느낌이요. ‘외계+인’에는 그런 느낌이 강해요. 인물들이 운명의 실타래에 얽혀있다가 우연찮게 세상을 구하는데요. 인연을 이어가다 운명에 다다르는 이야기라고 봐요.”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류준열은 국내를 대표하는 남자 배우로 꼽힌다. 훌륭한 연기를 바탕으로 다수의 작품에서 러브콜을 받는 그는 점점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작품에 임하게 된다고 했다.
“이젠 꼭 필수적으로 새로운 걸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어요. 그래야 한국영화를 더 좋아할 것 같아요. 그걸 어떻게 표현하고 나아가야 하는지 소명이 생겨요. 그래서 늘 새로운 인물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가벼움 속에 무거움, 무거움 속에 가벼움처럼 아이러니한 장면을 만드는 게 저의 힘이자 원동력 같아요. 앞으로 더 좋은 작품에서 계속 신선한 걸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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