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하노이=정다워 기자] 대전하나시티즌의 베트남 동계 훈련은 ‘종합선물세트’였다.

대전은 지난 10일부터 베트남 하노이에서 동계 훈련을 진행했다. 29일 오후 귀국하는 일정을 끝으로 하노이에서의 훈련을 마무리한다.

훈련은 특별했다. 가장 큰 특징은 훈련지에서 팬과 호흡한 점이다. 대전은 이번 훈련 기간 팬 투어를 진행했다. 24일부터 29일까지 팬 50명이 하노이를 방문해 선수들을 직접 만났다. 대전 팬은 훈련장을 방문해 선수들과 하이 파이브를 하고 훈련을 지켜봤다. 대표팀에서 하는 ‘오픈 트레이닝’을 프로팀이, 그것도 해외에서 진행했다. 더불어 함께 식사하며 팬과 선수단이 더 긴밀하게 하나가 되는 시간을 보냈다. 하노이, 하롱베이 관광 등 여행 일정도 있었지만, 팬에게는 그보다 선수단을 만나는 시간이 더 뜻깊었다.

남편, 두 자녀와 함께 팬 투어에 참여한 최윤정 씨는 “작년에 아이들을 데리고 축구장을 몇 번 갔는데 굉장히 좋아하더라. 특히 딸이 푹 빠졌다. 이창근 선수를 특히 좋아한다. 공 막는 모습이 멋지다고 한다”라며 “이번 팬 투어 소식을 접한 뒤, 흔치 않은 기회라 생각해 신청했다.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팬이라고 해서 선수들을 이렇게 가깝게 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우리 가족에겐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실제로 선수들이 어떤 방식으로 훈련을 진행하는지도 알게 돼 아주 만족스럽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하노이 일정의 가장 중요한 행사는 ‘대회’였다. 대전은 모기업인 하나은행과 베트남 최대 은행인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가 주최한 ‘BIDV 초청 하나플레이컵’에 참가했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하노이FC, 비엣텔FC와 인도네시아의 발리 유나이티드 등 네 팀이 출전한 대회였다.

일반적으로 동계 훈련에서는 연습경기 개념으로 실전을 치른다. 이렇게 대회를 만들어 참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것도 대전이 직접 개최한 대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실제로 대회 분위기는 꽤 구색을 갖췄다. 27일 항더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전과 비엣텔의 결승전에는 관중도 3000여명이 입장할 정도로 뜨거운 공기 속에 진행됐다.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도 직접 하노이를 방문해 선수단을 격려하고 경기를 관전했다. 베트남 시장 진출을 노리는 기업이 브랜드 이름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한 행사였다.

동기부여도 강력했다. 대전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전력투구했다. 때로는 신경전까지 불사할 정도로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경기 전날 대전 이민성 감독이 “우리는 경험없는 팀이라 이런 대회에서도 우승해봐야 한다”라고 강조한 대로였다.

팬 투어에 참가한 대전 팬도 경기장 한쪽에 자리했다. 항더이 스타디움에 대전을 위한 구호와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뜨거운 응원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장 조유민은 “너무 감사하고 좋았다. 마치 2부 리그 시절 원정 경기를 간 기분이 들었다. 팬의 소중함을 다시 느낀 경기였다”라고 말했다.

대전은 비엣텔에 2-1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별것 아닌 대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정식으로 치른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기쁨을 누렸다. 대전이 주최한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면 분위기가 어색할 수 있었지만, 챔피언에 등극해 나름 자신감도 얻었다.

대전은 이번 하노이 훈련을 통해 K리그 동계 훈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단순히 몸을 만들고 새 시즌을 준비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팬과 선수단에 ‘플러스알파’를 더하는 방법을 창조했다. 기업구단 전환 후 착실하게 성장하고 발전하는 대전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