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 기자] 서양화가 서용선 작가는 자화상을 즐겨 그리는 작가로 유명하다. 자화상은 화가의 인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그림이다. 서용선의 자화상은 쏘아보는 는빛, 굳게 다문 입술, 굵은 주름이 화가로 살아가는 숙명을 대신 말해주는 느낌이다.
서용선 작가의 시기별 자화상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나를 그린다_서용선’전이 오는 14일~3월 17일 서울 토포하우스에서 열린다. 1995년부터 최근작까지 자화상 회화 작품 35점, C 프린트 8점, 입체 1점이 전시된다.
작가가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한 시기는 미술대학에 합격하면서부터다. 대학에 들어간 후 처음 그린 그림이 자화상이었다. 첫 자화상은 캔버스 앞에 당당하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었다. 이후 삶을 살아가면서 시기에 따라 자화상은 꾸준히 변화했다.
서용선 작가는 “자화상은 인간에 관한 것이다. 인간이라는 보편적 개념이 갖고 있는 운명의 핵심이 자아이고, 이것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밖에 없으니까…. 인간 연구를 하는데 자화상은 기본 단위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작가는 자화상은 그리는 순간 실패하는 그림이라고 말한다. 이영희 전 리씨갤러리 대표와의 대담에서 서용선 작가는 “자화상은 실제로 그리는 순간 실패하는 그림이에요. 선을 긋는 순간부터 안 닮아요.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의 모습은 절대 안 나와요. 그래서 화가로서 가장 비극적인 그림 중의 하나가 자화상인 거죠. 그런 점에서는 앞서 얘기했던 시지프스 신화와 같은 점이 있어요. 실패를 반복하면서 어떻게든 계속 그려나가는 거죠. 그래도 먼저 그린 그림과 다음에 그린 그림은 차이가 있어요. 그것 때문에 하는 거예요. 그리고 부분적으로 조금씩 뭔가가 담겨 나가는 느낌이 있어요”라고 말했다.
자신을 그림 그리는 노동자라 말하는 서용선의 자화상에는 삶이 담겨있다. 표정 없는 얼굴로 쏘아보는 두 눈과 마주한 관람객은 그 눈빛이 자신의 내면을 뚫고 들어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윽고 질문이 들려온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eggrol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