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이었다. KG 모빌리티의 전기SUV 토레스EVX가 추돌사고로 불에 탄 사진을 뉴스에서 봤다. 뒤차에서 발생한 화재가 추돌당한 토레스EVX에 옮겨붙었고,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결국 두 차량 모두 전소했다.

당시 그 사진을 보며 ‘전기차에 불이 나면 잘 꺼지지 않는다던데’라는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화재는 출동한 소방차 2대에 의해 26분 만에 진압됐다. 대개 전기차에 불이 나면 진압에 2시간(물 4만리터)이상 소요되는데, 매우 드물게 빨리 불이 꺼졌다.

추후 검사를 했는데, 토레스EVX의 배터리에 화재 흔적은 없었다. KGM관계자는 “이번 화재로 인해 토레스EVX에 적용된 LFP 배터리가 화재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방증”이라며 “전기차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이나 우려가 확산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토레스EVX를 시승했다.

외양은 최근 나온 SUV중에 단연 개성적이다. 외양은 큰 근육과 작은 근육이 싸우지 않고 조화롭다. 오프로드와 온로드를 모두 아우르는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강인함과 섬세함이 공존한다고나 할까.

전면부의 수평형 LED 주간주행등(DRL)과 순차점등 턴시그널 일체형 램프의 ‘키네틱 라이팅 블록’도 독특하다. 뒷모습은 심플하지만 밋밋하진 않다. 스페어 타이어를 형상화한 핵사곤 타입의 리어 가니쉬가 차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보닛 양옆의 손잡이 같은 부분이 눈길을 끈다.KGM관계자에 물어보니 “아웃도어 디자인의 스트일링”이라며 “사용자가 사용하기 나름인데, 캠핑시 탠트칠때 거는 고리로 쓸수 있다”고 한다. 토레스의 시그니처로 보였다.

실내공간은 한눈에 봐도 넉넉하다. 캠핑, 차박 등 아웃도어 활동에도 충분히 여유롭다. 839ℓ(2열 폴딩시 1662ℓ 대용량 적재)의 공간 활용성을 갖췄다. 센터콘솔, 컵홀더, 프론트 사이드 보관함 등 실내 곳곳의 다양한 수납공간도 만족스럽다.

시동 버튼을 눌러 출발해본다. 100% 충전한 배터리가 계기판에 470km를 표시한다. 전기차 특유의 웅~ 하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중량감에 비해 민첩하게 움직인다. 전기차라서 그런지 초반 움직임이 경쾌하다. 안전한 도로에서 가속페달을 꾹 밟아보니, 4바퀴가 요동치듯 살짝 흔들린다. 그만큼 가속력은 좋다.

20인치 다이아몬드 커팅휠을 장착해 타이어 두께는 좁은 편이다. 그만큼 승차감에 대한 기대는 적었다. 그런데 오판이었다. 마치 고급 세단을 탄 것처럼 편안했다. 차량의 외양은 강인하지만 승차감은 감탄이 나올만큼 부드러웠다.

안전장치도 첨단이다. 주행안전보조 시스템이 작동하면 전방추돌, 충돌방지, 차선변경 경고, 타선이탈 경고, 안전하차 경고로 운전을 돕는다. 잠시 다른생각을 하다 앞차가 출발하는데도 가만히 있으면 앞차 출발도 알려준다.

차선유지 장치는 신기했다. 핸들을 제어하며 차선이탈을 막는다. 손을 살짝 놓아도 차량은 도로 가운데를 달렸다.

시속 70km 정도로 시내를 달리는데, 차량 내부는 방안처럼 조용하다. 옆 사람과 대화하는데 주변방해가 없다.

그리고 사람은 때때로 작은 것에 감동하는데, 토레스EVX는 운전석 도어에 배려가 숨겨져 있었다.

운전석 도어 수납공간에 우산 손잡이 같은게 보여 잡아당겼다. 그랬더니 우산이 아니었다. 비상 탈출용 망치가 나왔다. 운전자 손이 닿는 곳에 비상망치라니, 새삼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