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롯데호텔서울=김동영 기자] “시선이 달라졌어요.”

삼성과 삼성 팬들에게 썩 좋지 않은 소식일지도 모르겠다. ‘토종 에이스’ 원태인(24)의 생각이 변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가 남긴 묘한 결과다.

22일 2024 KBO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만난 원태인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선수들이 받는 대우, 뛰는 환경 등을 봤다. (김)하성이 형이 뛰는 것도 봤다. 뭔가 시선이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실패하는 도전은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번 서울시리즈를 통해 조금 바뀌었다. 물론 내 공을 처음 봤으니까 못 쳤다고 생각은 한다. 대신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무기가 통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진짜 도전해 보고 싶어졌다”고 덧붙였다.

원태인은 삼성의 대체 불가 선발 자원이다. 2019년 1차 지명으로 삼성에 왔다. 데뷔 시즌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 시즌 이미 112이닝을 소화했다. 2021년(14승)과 2022년(10승)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도 올렸다. 통산 5시즌 동안 726이닝, 41승 40패 2홀드, 평균자책점 3.92를 올렸다.

국가대표에도 뽑혔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 금메달을 땄고, 지난해 11월 열린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에도 출전했다. 최근 끝난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에도 팀 코리아 소속으로 나섰다.

호투를 뽐냈다. 17일 샌디에이고와 평가전에서 선발 문동주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섰다. 2이닝 3안타 1볼넷 3삼진 무실점을 쐈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춤을 췄다. 카운트를 잡고, 파울을 유도하고, 삼진까지 잡았다. 속구 구속도 최고 시속 92.9마일(약 149.5㎞)까지 나왔다. 평균으로는 시속 91.3마일(약 146.9㎞)이다.

단 한 경기일 뿐이다. 이닝도 2이닝이 전부. 속구의 경우 빅리그 기준으로 강속구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원태인은 자신감을 얻었다.

원태인은 “사실 미국 생각은 단 1%도 없었다. 이번 서울시리즈를 통해 미국이 됐든, 또 다른 곳이 됐든 해외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커졌다. 그건 확실한 것 같다. 도전하려면 속구 구위는 더 좋아져야 한다. 힘이 더 생겨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시속 100마일(약 160.9㎞) 이상 던진다고 안 맞는 것도 아니더라. 우리 투수들은 시속 92~93마일(약 148.1~149.7㎞) 속구인데도 통했다. 오히려 빅리그 타자들은 느린 변화구를 많이 보지 못했을 것이다. KBO리그 투수들의 장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태인은 앞서 “메이저리그는 통할 수 있는 구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두 단계 더 성장해서, 더 좋은 투수가 됐을 때 일본프로야구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상황이 변했다. 삼성 팬들은 “원태인 못 보내”를 외친다. 삼성도 눌러 앉히고 싶다. 비FA 다년계약 이야기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빅리거를 상대로 호투를 뽐냈다. 너무 잘해도 문제다.

대신 원태인도 ‘무조건 해외’를 외치지는 않는다. “나는 삼성에 대한 애정이 워낙 크다. 단순하게 ‘가고 싶다’고 해서 가는 건 아니다. 결국 해외 진출은 해외 팀에서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것 아닌가. 도전은 내가 더 좋은 선수가 돼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금은 해외는 뒷전이다. 당장 시즌이 중요하다. 난 삼성 선수다. 올시즌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최소 10승은 해야 한다. 가을야구에 나가고, 우승까지 해야 한다. 삼성의 우승만 생각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