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요즘 이성을 만나고 싶은 MZ세대들은 비슷한 시기, 집중적으로 소개팅을 잡는다고 한다. 최소 5명 이상을 돌아가면서 소개 받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마치 SBS PLUS, ENA ‘나는 솔로’처럼 여러 명을 만나고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는 형태다. 한 사람에게 집중하고, 최소 세번은 만나보는 게 예의라는 건 고루한 옛 말이 됐다.
여러 소개팅 작전의 강점은 위축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남자나 여자나 정말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났을 때 저자세가 되곤한다. 괜히 과장하면서 상대의 기분에 맞추고, 극도로 마음에 들 경우 안 하던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한다.
여러 명과 동시에 소개팅할 경우 이러한 문제점이 약간은 해소된다. “이 사람 외에도 차선이 있다”는 마음 덕분에 자신 있게 내 매력을 펼칠 수 있다. 아이콘택트도 자유롭고 조금 더 재밌는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며 성공확률도 높아진다.
지난 3월부터 공개된 SBS PLUS, ENA ‘나는 솔로, 사랑은 계속된다’(이하 ‘나솔사계’)의 11기 영식을 보면 더더욱 MZ세대의 소개팅 작전이 실용적이라는 게 느껴진다.
‘직진남’ 11기 영식은 방송 시작과 함께 사망 플래그(작품에서 죽음을 암시하는 클리셰)에 걸렸다. 초반부터 8기 옥순에게 직진하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그의 결말은 쉽게 예상됐다.
8기 옥순이 누구인가. ‘나는 솔로’ 모든 출연자를 통틀어 플러팅 1인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여러 사람을 자신만의 가두리에 가둬놓고 천천히 주의 깊게 알아보는 타입인데, 11기 영식은 초반부터 자신의 패를 모두 깠다.
도박의 구조와 닮은 연애의 영역에서 처음부터 모든 패를 까는 건 지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11기 영식은 무려 두 개의 슈퍼데이트권을 얻고 8기 옥순에게 모두 쓰려고 했지만, 그에게 돌아온 건 “영식님은 이성적으로 발전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였다.
영식은 전형적인 직진 스타일이다. 첫눈에 ‘뿅’하고 반해 처음부터 마음을 열고 돌진하는 스타일이다. 이리저리 재지 않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은 사람들이 반길 만한 요소지만, 유쾌함이 전혀 없었다는 게 문제였다.
“당신을 좋아한다”는 고백만 할 뿐 상대가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해야 즐거운지 고려하지 않았다. 옥순과 대화할 땐 영식이 뚝딱거리는 게 시청자 눈에도 비쳤다. 특별히 질문하지 않고, 중간중간 대화가 붕 뜨는 모습이 엿보였는데, 마음에 드는 여자 앞에서 나오는 남자의 전형적인 행동이다. 이는 “남자가 나한테 위축됐다”는 느낌을 주면서 호감을 반감시킨다.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15기 영숙과 대화할 땐 뛰어난 개그감이 엿보였다. 편안하고 여유있는 진짜 자기 모습이 나왔고, 매력이 느껴졌다. 영숙과 있을 때 모습이 옥순 앞에서도 나왔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런 측면에서 스스로 여유를 부여하는 MZ세대 소개팅 방식은 아무리 생각해도 현명하다.
40대인 기자는 몸도 자아도 비대해졌다. 그러다 보니 주위에서 “소개팅 한번 해볼래?”라는 흔한 제안이 없어진 지도 오래다. “난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원해”라는 얼토당토않은 말로 현실을 합리화하는 게 더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던 중 지난 3월 봄비 같은 소개팅을 했다. 겨우 찾아온 단 한 차례의 소개팅, 서울 왕십리 모처에서 2차에 걸쳐 각종 주제를 오가며 3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현재, 나는 솔로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