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한국에서 비치발리볼은 비인기종목이다. 혹자는 인지조차 못한다고 ‘비인지’종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대형 스폰서가 붙어 화려하게 대회를 치르지만, 국내에서는 경기를 보는 것도 쉽지 않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꿈을 위해 비치발리볼에 뛰어든 여성 듀오가 있다. 시은미(34)와 신지은(23)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현재 팀을 이뤄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팀을 구성했고, 4월에는 필리핀 프로 대회에 출전했다.

두 사람이 팀을 이룬 건 신지은의 제안에서 시작됐다. 배구 명문 대구여고 출신인 신지은은 3학년 시절 비치발리볼 입문 제안을 받아 진로를 변경했다. 대표팀에서도 꾸준히 뛰며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신지은은 “개인적으로 비치발리볼을 너무 좋아하는데 대회를 할 때마다 멤버가 바뀌어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오래 함께할 멤버를 물색했는데 (시)은미언니가 눈에 들어왔다. 프로 선수 출신이라 실력이나 이미지 면에서 다 좋아 보였다”고 밝혔다.

시은미는 2008년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1순위로 GS칼텍스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세터였던 그는 2016~2017시즌 정관장으로 이적한 뒤 2018년 프로 10번째 시즌을 마친 후 현역에서 물러났다. 이후 영화, 방송에 출연하며 새로운 일에 도전했고, 필라테스 강사로도 활동했다.

시은미는 “은퇴 후 여러 가지 일을 해봤지만 나는 배구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실업 무대에서도 뛰기도 한다. (신)지은이에게 연락받은 후 고민도 했지만, 나는 확실히 가르치는 것보다 직접 하는 게 더 좋다고 확신했다. 비치발리볼은 전에 해본 적도 있고, 나이가 더 들면 한계가 있으니 더 늙기 전에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해보니 역시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꿈, 낭만만으로 해내기엔 환경이 열악하다. 비치발리볼은 종목 특성상 무조건 모레에서 뛰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훈련 시설을 찾기가 쉽지 않다. 시은미는 “얼마 전까지는 대전까지 가서 도움을 받아 모레 코트에서 뛰었다. 최근에는 잠실에서 운동한다. 사실상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라면서 “워낙 열악해서 쉽지 않다. 훈련도, 대회도 모두 자비로 하다 보니 어려움이 따른다”고 털어놨다. 신지은도 “대회를 나가 보면 정말 우리가 조금만 더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우리는 모레 코트에서 제대로 뛰지 못한 채로 대회가 나가서 경기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런 점이 아쉽다”라고 덧붙였다.

국내에는 한국비치발리볼연맹이 존재하지만, 유명무실하다는 게 이들이 토로하는 아쉬움이다. 신지은은 “연맹에서 기본적인 것만 해줘도 도움이 될 텐데, 대회에 관한 정보조차 얻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 4월 대회 때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은미도 “연맹이 제대로 된 기능만 해도 비치발리볼 환경이나 인프라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닌데 그것조차 어려워 보인다”라고 말했다.

연맹의 도움 없이 이들은 자신의 힘으로 다음 대회를 준비하며 물색하고 있다. 가장 큰 목표는 2026 나고야아시안게임 출전이다. 항저우 대회를 경험했던 신지은은 “지난 대회에서는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앞으로 착실하게 준비해 나고야에서는 메달을 따내고 싶다”는 목표를 말했다. 시은미도 “한 번 대회를 해보니 꾸준하게 준비하고 다른 대회에도 출전하면 우리도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 확신한다. 2년 후 대회를 보고 열심히 훈련해 비치발리볼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얘기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