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창사 이래 최대 2조 5000억 원 투입

‘K-HIT 프로젝트’ 가동, 오사카 IR 파고 넘는다

11월 28일 하이원 스키장 조기 개장…설질·안전·즐거움 다 잡은 ‘초겨울의 낙원’

폐광 문화유산의 재탄생 ‘M650’부터 고원 웰니스까지, ‘복합 웰퍼테인먼트’의 서막

[스포츠서울 | 정선=원성윤 기자] 폐광의 검은 흙먼지가 걷힌 자리에, 이제는 우주가 폭발하는 ‘빅뱅’의 에너지를 심는다. 강원도 정선, 첩첩산중의 고요함을 깨고 강원랜드가 창사 27년 만에 가장 거대한 도약을 선언했다.

지난달 19일 하이원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K-HIT(High1 Integrated Tourism) 프로젝트 비전 선포식’은 대한민국 토종 리조트의 자존심을 건 2조 5000억 원 규모의 승부수였다. 2030년 개장 예정인 일본 오사카 복합리조트(IR)의 거센 파고에 맞서, 단순한 카지노를 넘어선 글로벌 수준의 ‘복합 웰퍼테인먼트(Wellness+Entertainment) 리조트’로 진화하겠다는 청사진이다.

◇ “오사카에 뺏길 수 없다”…랜드마크 호텔·아레나로 무장한 ‘K-HIT’

강원랜드 최철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2030년 일본 오사카에 카지노 복합리조트가 들어서면 불과 1시간 반 거리인 한국의 고객 유출은 불 보듯 뻔하다”며 위기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한 강원랜드의 해법은 명확하다. 압도적인 하드웨어와 독보적인 소프트웨어의 결합이다.

마스터플랜의 핵심인 ‘그랜드 코어(Grand Core) 존’에는 길이 300m, 폭 100m, 높이 80m에 달하는 기둥 없는 거대한 실내 공간, ‘그랜드 돔’이 들어선다. 날씨와 상관없이 365일 축제와 공연이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심장부다. 여기에 전 객실 스위트룸으로 구성된 5성급 랜드마크 호텔, K-POP 공연이 가능한 아레나까지 더해져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 못지않은 위용을 갖춘다. 카지노 역시 숲속을 산책하는 듯한 개방감 있는 인테리어로 면적을 대폭 확장해 쾌적함을 더할 예정이다.

과제도 남았다. 20년째 제자리걸음인 ‘규제’다. 최 직무대행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베팅 한도 상향과 영업시간 연장 등 규제 혁신이 필수적”이라며 정부 차원의 과감한 지원을 역설했다.

변화의 바람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식탁 위에서도 불고 있다. 강원랜드는 이날 정선의 투박한 식재료인 곤드레, 감자, 옥수수를 50만 원대 오마카세 수준의 파인다이닝으로 재해석한 ‘온리 하이원(Only High1)’ 메뉴를 선보이며 고품격 미식 여행지로서의 가능성도 증명했다.

◇ 예년보다 일주일 빠른 겨울…하이원 스키장 28일 조기 개장

미래를 향한 거대한 ‘빅뱅’이 준비되는 동안, 하이원의 현재는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고원 설경(雪景) 속에서 겨울 힐링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뚝 떨어진 기온과 함께 하이원리조트는 예년보다 일주일 빠른 지난달 28일, 25~26시즌 스키장을 조기 개장해 얼리 스키족들을 맞이했다.

이번 시즌 슬로건은 ‘설질 좋은 하이원, 즐거운 하이원, 안전한 하이원’이다. 백두대간의 안정적인 기온과 조기 제설 작업을 바탕으로 최상의 설질을 확보했다. 개장과 동시에 초급자용 아테나3-1 슬로프와 눈썰매장을 우선 오픈하며, 이후 총 15면의 슬로프와 스노우월드를 순차적으로 개장한다.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스노우월드’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다인승 래프팅보트를 도입하고, 추억의 얼음썰매장에는 투명 돔 시설을 설치해 마치 스노우볼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야외 방풍벽 설치로 어린 자녀 동반 가족의 편의성도 높였다.

◇ 고원의 숨결 속 ‘웰니스’와 폐광의 역사 ‘M650’

하이원이 내세우는 또 다른 무기는 도심형 리조트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청정 자연’이다. 해발 1,100m 고원에 위치한 웰니스센터에서는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다.

‘밸런스 케어존’에서는 이른 아침 하루의 리듬을 깨우는 ‘웨이크업 요가’, 싱잉볼과 이혈 지압을 활용한 ‘이혈 사운드 테라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야외 ‘네이처힐링 존’에서는 백두대간 100대 명품 숲을 걸으며 숲 지기의 이야기를 듣는 ‘숲애(愛)이야기’, 한약재를 활용한 족욕 프로그램 등이 준비되어 있다.

고요한 사색을 원한다면 한옥 베이커리 카페 ‘운암정’이 제격이다. 눈 내린 한옥 정원에서 즐기는 한방차와 K-디저트는 겨울 운치를 더하며, 투명 돔 텐트 ‘별당’에서는 밤하늘의 별을 감상할 수 있다. 추위에 언 몸은 ‘하이원 워터월드’의 따뜻한 온수풀에서 녹일 수 있다.

이와 함께 강원랜드는 내년 6월, 옛 동원탄좌 사북광업소를 리모델링한 탄광문화공원 ‘M650’의 개관을 앞두고 있다. ‘M’은 광산(Mine)과 박물관(Museum)을, ‘650’은 해발고도를 뜻한다. 1970년대 산업 역군들의 땀과 눈물이 서린 갱도를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켜, 단순 관광지를 넘어 폐광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잇는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운탄고도 1330 하늘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도롱이연못’과 ‘1177갱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트레킹 코스다. 탄광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길 위에서 방문객들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 2035년, 연간 1320만 명 유치 목표 세웠다

하이원리조트는 올겨울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이은결의 일루미네이션 쇼, 이무진·이영현의 하이엔드 콘서트, 카운트다운 드론 불꽃쇼 등 풍성한 공연도 마련했다.

2035년, 연간 방문객 132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는 강원랜드. 과거 석탄을 캐던 갱도의 어둠은 이제 미디어 타워의 화려한 빛으로, 고단했던 광부의 길은 치유의 숲길로 변모하고 있다. 최철규 직무대행의 말처럼 “이것은 완성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강원랜드가 쏘아 올린 이 거대한 ‘빅뱅’이 과연 전 세계 관광객을 정선의 산골짜기로 불러 모으는 강력한 중력이 될 수 있을지, 대한민국 관광 산업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