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1호’ 마이클 콜린스의 고독한 여정

‘1인 4색’ 유준상·정문성·고훈정·고상호

평범함 거부한 독창적 구성·넘버

내년 2월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인생의 목표지점에 다다랐다. 평생의 꿈이 이뤄지려던 순간, 빛이 사라진다. 주인공까지 바라지 않았다. 그런데 조연조차 되지 못했다. 역사에 길이 남을 그곳에 서지 못한 엑스트라가 됐다. 하지만 그는 깨닫는다. 깊은 어둠 속에서 찾은 가장 밝은 빛의 ‘달’은 바로 사랑하는 이들이라는 것을. 그의 이름 ‘마이클 콜린스’는 56년이 지난 지금, 무대 위에서 찬란히 떠오른다.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이 지난 11월11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처음 관객과 마주했다. 충무아트센터 20주년 공연이자 2023년 ‘창작 뮤지컬 어워드 넥스트’ 최종 우승작으로, 지난해 쇼케이스를 성황리에 마치고 개막했다.

‘비하인드 더 문’은 1969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 사령선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의 이야기다. 역사적인 순간 달 뒤편에 혼자 남겨졌던 그의 고독과 여정을 1인극 형식으로 풀어 깊은 여운을 남긴다.

김지호 연출, 김한솔 작·작사가와 강소연 작곡 등 젊은 창작진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뮤지컬의 뻔한 형식을 과감하게 벗어던졌다.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시공간을 감정만 호소하려는 유치함을 완전히 걷어내 복잡한 스토리를 유연하게 풀어낸다. 또한 묵직하거나 화려한 기교를 뺀 노래들이 마치 드라마·영화를 보는 듯 긴장감 속에서 감수성을 자극한다.

◇ 무대서 시작한 빛이 도달한 관객석…웃음부터 눈물·콧물까지 터져

‘비하인드 더 문’은 뮤지컬 무대에서 쉽게 보지 못하는 1인극으로 펼쳐진다. 마이클 콜린스의 목소리가 중심이지만, 때론 전혀 다른 3명의 인물을 동시에 연기한다. 배우의 1인칭 주인공 시점을 통해 관객은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본다.

반원형으로 설계된 공연장 특성상 관객은 무대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마이클 콜린스의 토크콘서트에 초대받은 느낌이다. 홀로 중간중간 관객의 호응을 끌어내야 하기에 배우에게 엄청난 에너지도 요구된다.

이 모든 걸 배우 한 명이 달의 뒤편을 구현한 입체적인 무대와 조명, 라이브 밴드 등에 완벽하게 흡수돼 관객석을 깊은 울림과 위로로 채운다.

고요 속의 항해자 마이클 콜린스의 여정은 유준상, 정문성, 고훈정, 고상호가 완성한다.

◇ 인생의 굴곡서 찾은 ‘빛’…환희의 ‘그날’을 위해

인간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열광한다. 데뷔라는 결승선까지 달려가는 희로애락의 과정을 모두 직관하며 이 모습들에서 자신의 삶도 돌아본다. 그리고 출발은 같았으나, 각자의 종착지는 다르다는 걸 받아들인다. 인생 역전을 바라기보다 꿈을 위한 과정을 더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작품은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 이야기한다. 마이클 콜린스는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달로 향했지만, 표면을 밟지 못했다고 해서 불행한 것인지 물음표를 던진다. 그는 달을 보는 걸 좋아했을 뿐, 전설 속 달 토끼가 되고 싶어 한 건 아니다.

역사는 인류 최초로 달의 표면을 밟은 닐 암스트롱만 기억했다. 두 번째로 발을 내디딘 버즈 올드린은 스스로 ‘2인자’로 편향하며 불만을 품었다. 달 뒤편에 혼자 남겨져 어둠 속 고독과 싸워야 했던 마이클 콜린스에게는 얼토당토않은 질문만 쏟아졌다.

지구에 돌아왔을 때 스포트라이트가 부담스러웠던 닐 암스크롱. 사실이 어떻든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의 우주비행사의 이름은 버즈 올드린의 이름과 같은 ‘버즈’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마이클 콜린스는 전 세계가 ‘아폴로 11호’에 주목한 순간, 가장 어두운 달 뒤편에 고립된 채 외로움과 싸웠다. 통신마저 끊긴 상황에서 최악의 결말까지 각오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흐릿해졌을 때 그가 다시 바라본 지구는 달 뒤편에서만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별이라고 느낀다. 함께 혹독한 훈련을 했던 에드워드 화이트의 비극을 환희로 다시 썼다. 아내 패트리샤와 케이트, 앤, 마이크를 떠올리며 소중한 존재를 자각한다.

그가 그곳에서 경험한 모든 두려움과 고독이 결코 시시한 인생이 아니었다고 깨닫는다. 그의 희생으로 밝힌 별에 의해 찬란한 역사가 시작됐다.

마이클 콜린스는 그토록 원했던, 그만의 달로 향한다. 이 순간 가장 빛나는 이가 바로 자신이라고 깨닫는다.

세계 최초로 달 뒤편을 본 영웅 마이클 콜린스의 여정을 담은 ‘비하인드 더 문’은 내년 2월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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