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배우 조진웅(본명 조원준·49)이 고교 시절 중범죄 의혹 보도 이후, 스스로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다. 소속사는 “미성년 시절 잘못했던 행동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면서도 성폭행 가담 의혹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못 박았다.

해당 건은 알려진 것처럼 30년 전 종결됐다. 당시 조진웅 사건은 수사·재판·소년보호처분이라는 법적 절차 안에서 처리됐고 청소년보호기관내 교화로 마무리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엔 여러 교정 시스템이 있는데, 보호관찰 제도나 소년원도 법이 정한 절차 안에서 죗값을 치르게 하고,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한 장치다.

이처럼 소년원은 아이들을 사회에서 영구퇴출시키는 곳이 아니다. 다시 사회로 돌아가 사람답게 살게 만드는게 목적이다. 만약 청소년기에 한 번 실수한 사람에게 “넌 그때 이미 인생 끝났다”고 선언한다면, 교화·교정 시스템 전체가 무의미해진다. 법이 정한 처벌을 마친 사람에게, 우리는 또 다른 종류의 ‘사회적 무기징역’을 선고해서도 안된다.

청소년기 가난과 가정폭력, 무관심, 폭력, 왕따, 중독 등으로 뒤엉킨 아이들은 간혹 범죄에 발을 들인다. 분명한 실수다. 때론 그 행태를 반복하기도 하지만, 때론 그 후의 삶에서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기도 한다. 그런 측면에서 성인 이후 조진웅의 행적은 모범사례에 가깝다.

일각에선 조진웅이 위선적이라고 말한다. “독립운동가, 정의로운 형사를 연기하며 이미지를 세탁했다”고 분노한다. 그가 광복절 경축식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문을 낭독하고, 독립운동 관련 작품 내레이터를 맡은게, 과거 모습과 어울리지 않다는 반응도 보인다.

배우는 자신의 삶과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한다. 역할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 다른 삶의 가능성도 탐색해 관객과 만난다. 조진웅이 독립투사와 형사, 정의로운 인물을 연기해 온 세월 역시 그 연속선 위에 있다. 그래서 배우 조진웅의 궤적은, 위선이 아닌 한 개인의 긴 반성 과정의 결과물이라고 봐야한다. 그럼에도 이걸 통째로 ‘위선’이라고 단정하면, 한 사람이 쌓앙온 삶 전체가 부정당하고 한순간에 지워지게 된다.

물론 피해가 있었다면, 피해자를 향한 사과와 책임은 끝까지 이행돼야 한다. 그러나 이미 법의 심판을 받고, 그 뒤 20~30년을 한 길만 파며 살아온 누군가에게 “이제 와서 다 내려놓고 사라져라”라고 돌팔매질 하는건 온당하지 않다.

더구나 청소년기 사건이다. 미성년 시절의 폭력과 범죄가 정당화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그 시기의 잘못을 영구 낙인으로 삼아 “평생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회가 스스로 만든 교정·교화 시스템을 부정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조진웅은 결국 연예계 은퇴를 선택했다. 그는 “모든 질책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앞으로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성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사회의 성숙과 공정을 고려하면 그 은퇴가 영구추방으로 굳어져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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