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호시노 리조트 리조나레 괌

[스포츠서울 글·사진 | 괌=원성윤 기자] 괌은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남태평양의 낙원이다. 하지만 동시에 ‘새벽 도착’이라는 고질적인 난제를 안고 있는 애증의 여행지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한국발 항공편이 모두가 잠든 오전 2~4시에 괌 공항에 떨어진다.
이 시간대 다른 호텔들은 어떨까. 통상적으로 새벽에 바로 객실에 들어가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도착 전날’ 날짜로 1박을 더 예약(Pre-registration)해 비싼 숙박비를 온전히 지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체크인 시간인 오후 3시까지 로비 소파에서 쪽잠을 자거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짐을 끌며 배회해야 하는 이른바 ‘0.5박의 딜레마’를 겪어야 했다.
타무닝 지역, 붉은 석양이 아름다운 아가나 만(Agana Bay)을 마주하고 선 ‘호시노 리조트 리조나레 괌(Hoshino Resorts RISONARE Guam)’은 이 오랜 불편함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놓으며 괌 여행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일본의 호텔 명가 호시노 리조트의 운영 노하우를 입고 ‘재발견’의 공간으로 거듭난 이곳을 찾았다.
◇ “1박 더 결제 안 해도 즉시 입실”…공식 홈페이지 예약 특권


이번 취재를 안내한 일본인 매니저 야스요 나토리(Yasuyo Natori)는 가장 먼저 신규 서비스인 ‘랜딩 & 체크인(Landing & Check-in)’을 자신 있게 소개했다.
“한국 여행객들이 새벽 비행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로비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잠만 자려고 비싼 1박 비용을 추가로 내는 모습이 늘 안타까웠습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셔틀을 타고, 호텔에 오면 대기 없이 바로 객실로 들어가 쉴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죠.”
이 서비스는 그야말로 혁명적이다. 심야(오후 10시~오전 5시) 무료 공항 셔틀을 타고 호텔에 도착하면 프런트 대기 없이 즉시 체크인이 가능하다. 따뜻한 객실 침대에서 샤워하고 바로 잠들 수 있다. 도착 당일 아침 조식과 워터파크 이용까지 바로 이어지기에 버려지는 시간(Dead Time)이 없다.
주의할 점이 있다. 반드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랜딩 & 체크인 전용 패키지’를 예약해야 한다. 하지만 셈법을 따져보면 여행객에게는 무조건 이득이다. 새벽 입실을 위해 관행처럼 지불해야 했던 ‘1박 추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왕복 셔틀과 도착 당일 조식까지 무료로 포함되니 체감 혜택은 비용 그 이상이다. 나토리 매니저는 “투숙객이 괌의 본질(Essence of Guahan)을 온전히 느끼게 하기 위한 호시노의 배려”라고 설명했다.
◇ 오션뷰의 정석 ‘타워동’, 가성비의 ‘윙동’


리조나레 괌은 크게 두 개의 건물, ‘타워동(Tower Wing)’과 ‘윙동(Wing Building)’으로 나뉜다. 체크인을 마치고 배정받은 곳은 타워동의 이그제큐티브 객실. 시티뷰와 오션뷰가 섞여 있는 윙동과 달리, 타워동은 전 객실이 오션뷰로 설계되어 압도적인 개방감을 자랑한다.
문을 열자 거실과 침실이 분리된 널찍한 공간이 여행자를 반긴다. 테라스 너머로는 투몬 베이의 북적임과는 다른, 아가나 만 특유의 고요하고 짙푸른 바다와 괌의 상징적인 무인도 ‘알루팡 섬(Alupang Island)’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특히 욕실에서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오션뷰 배스(Bath)’는 타워동만의 특권이다.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친 고층 객실(22~23층)은 모던한 인테리어로 세련미를 더했다. 타워동 투숙객에게는 전용 라운지 혜택도 주어진다. 매일 오후 운영되는 ‘해피 아워’에서는 맥주와 각종 음료를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어, 일정을 마치고 여유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 12m 절벽의 전율… 괌 최대 워터파크


객실에서 휴식을 취했다면, 이제는 몸을 깨울 차례다. 리조나레 괌의 백미는 단연 워터파크다. 횟수 제한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이곳은 괌 최대 규모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만타 슬라이드(Manta Slider)’다. 높이 12m, 체감 경사각 90도에 육박하는 이 거대한 U자형 슬라이드는 오금을 저리게 한다. 튜브를 타고 정상에 서면 아찔한 현기증이 인다. 출발 신호와 함께 몸을 던지면 순간적으로 중력이 사라지는 듯한 무중력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만타 슬라이드로 아드레날린을 채웠다면, 괌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유수 풀(Lazy River)에서는 튜브에 몸을 맡기고 둥둥 떠다니며 괌의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 해변의 파티, 그리고 철판 위의 예술가 알드린







해가 질 무렵, 리조트는 문화와 미식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매주 일·화·목요일 오후 6시, 해변가 풀장에서는 ‘구포트 칸톤 타시(Gupot Kånton Tasi)’가 열린다. 차모로어로 ‘해변의 파티’를 뜻하는 이 행사는 투숙객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붉은 석양 아래서 차모로 전통 음식을 맛보고, 원주민 직원들과 함께 춤추며 문화를 체험하는 시간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미식의 정점은 일식당 ‘사가노(Sagano)’에서 만난 테판야키(철판요리)였다. 철판 앞에 선 이는 필리핀 출신의 베테랑 셰프 ‘알드린(Aldrin)’이었다. 하얀 조리복을 단정히 입은 그는 뜨겁게 달궈진 철판을 무대 삼아 요리를 시작했다.
주문한 안심 스테이크와 랍스터가 철판에 닿아 “치이익” 하는 경쾌한 소리를 내자, 알드린 셰프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소금과 후추를 높은 타점에서 뿌리는 동작은 절도 있고 우아했다.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었다. 고기의 두께와 익힘 정도를 정확히 계산한 장인(匠人)의 손길이었다. 능숙한 칼놀림으로 썰어낸 스테이크는 육즙을 가득 머금고 있었고, 곁들여진 마늘 칩(Garlic Chips)은 바삭한 식감으로 풍미를 더했다.
새벽 도착의 피로를 씻어주는 혁신적인 배려부터, 12m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지는 짜릿한 일탈, 그리고 장인의 손길이 닿은 미식까지. 호시노 리조트 리조나레 괌은 일상에 지친 현대인에게 가장 완벽한 피난처다. socool@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