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죽은 썩어빠진 세상…누군가는 나서야 한다
10년 만에 세대교체…판타스틱 연출·넘버 업그레이드
내년 5월10일까지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공연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정의를 위해 존재하는 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거리에는 범죄에 노출된 선량한 피해자만 늘어날 뿐, 사회의 악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때 손에 쥐어진 검은 노트. “이 노트에 이름이 적힌 자는 40초 후에 죽는다”라는 글이 쓰여있다. 구세주가 아니지만, 누군가는 세상을 바로 잡아야 한다.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뮤지컬 ‘데스노트’는 동명의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사신의 노트인 ‘데스노트’를 손에 넣은 한 천재 소년 ‘라이토’와 그를 쫓는 명탐정 ‘엘’의 팽팽한 두뇌 싸움을 그린 작품이다. 긴장감 넘치는 빠른 전개와 프랭크 와일드혼의 감각적인 음악이 어우러져, 정의라는 이름 앞에서 선(善)과 악(惡)을 고찰한다.

2023년 앵콜 이후 2년 만의 무대에 오르고 있는 ‘데스노트’는 ▲공연계의 한계를 깨고 현실을 무대화한 3면 LED 연출 ▲빛으로 표면적 갈등부터 내적 복잡한 감정까지 표현한 레이저 및 조명 ▲분노와 슬픔, 그리고 사랑을 폭발시키는 넘버 등 작품성과 흥행성을 변함없이 뽐내고 있다.
이에 더해 뉴 캐스트들의 새로운 감정선과 신선한 흥미를 선사한다. 신이 주신 모든 재능을 가진 ‘라이토’ 역 조형균·김민석·임규형, 폐인처럼 보이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추리력을 가진 명탐정 ‘엘’ 김성규·산들·탕준상이 출연한다.

◇ 10년 흥행 이끄는 ‘뉴 캐스트’ 등장
이번 시즌에서 가장 흥미로운 볼거리 중 하나는 뉴 캐스트들의 등장이다. 2015년부터 작품의 흥행 역사를 이끈 주연 배우들이 새로운 얼굴들로 전면 교체됐다.
앞서 홍광호와 고은성, 김준수와 김성철 등 워낙 임팩트 강한 배우들이 긴장감 넘치는 화려한 무대를 선사했다. 이 때문에 개막 전 올 시즌 주역들에게 숙제가 있었다. 이미 작품에 짙게 물든 배우들의 색깔을 지우고 자신만의 무대로 관객들을 매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개막과 동시에 걱정을 잠재웠다. 특히 뮤지컬계의 베테랑으로 알려진 조형균은 40대라고는 상상하지 못 할 연기로, 패기 넘치는 완벽한 고등학생으로 등장한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초연 멤버이자 9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탕준상은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다진 내공을 유감없이 폭발하고 있다. 요즘 최고 관심사가 뮤지컬이라는 김민석(멜로망스)의 업그레이드 된 뮤지컬 발성과 연기력을 확인할 수 있다.
오디컴퍼니㈜ 신춘수 프로듀서는 “이번 시즌 완전히 새로운 캐스트는 프로듀서의 입장에서도 도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연습 현장을 보면서 확신이 생겼다”라며 “특히 ‘라이토’와 ‘엘’의 듀엣곡인 ‘놈의 마음속에서’는 작품 속 굉장히 중요한 넘버인데, 배우들의 호흡이 정말 좋더라. ‘데스노트’의 환상적인 팀워크 덕분인 것 같다”고 전했다.

◇ 신 아닌 인간,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간다
법은 있지만, 구멍뿐인 의미 없는 정의라면 허물고 고쳐야 한다. 새로운 세상의 신이 되고 싶은 자의 끊임없는 꿈과 희망은 불길함의 시작이 된다.
‘데스노트’는 자신만의 정의라고 외치며 욕망에 뒤섞인 인간과 비극의 모래알을 흩어내고 다시 모으는 신의 영역을 분리한다.
‘라이토’에게 ‘데스노트’를 던진 사신(死信) ‘류크’가 가장 좋아하는 사과. 붉은색이 아닌 검은 그림자의 입술은 점점 죽음의 빛으로 변한다. 그의 손에 들린 사과는 달콤한 과일이 아닌,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하와’의 선악과(善惡果)인 것.
작품에서는 신은 인간으로서 이룰 기회를 허락한다. 하지만 인간은 성취욕에 심취해 이를 악용한다. 신과 유사한 힘을 얻은 인간이 한계선을 명확하게 긋지 못하고, 결국 야욕으로 휩싸여 타락에 이른다. 신은 인간의 자만함을 벌한다. ‘라이토’도, ‘엘’도 신의 영역에 도전한 대가로 참혹한 결말을 맞이한다.
‘라이토’와 ‘엘’의 운명은 생각의 한끗 차이로 신에게 버림받는다. 이는 ‘류크’의 사과 외에도 무대 장치로도 인간의 한계를 암시한다. 4개의 직선이 만나 완성된 사각형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세계, 그리고 선의 연결 밖에서 들리는 신의 목소리.

신의 능력이라며 찬사를 받았던 ‘라이토’와 ‘엘’이 신에게 도전장을 던진 ‘데스노트’. 올 시즌은 앞선 공연과는 달리 1차와 2차로 나뉘어 느낌적 다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색다른 시즌으로 돌아온 ‘데스노트’는 내년 5월10일까지 서울 구로구 디큐브 링크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gioia@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