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중국 옌볜의 축구 열기가 다시 뜨겁다. 제 2 전성기를 그리는 건 김봉길(58) 감독이다.

김 감독이 이끄는 중국 프로축구 갑급리그(2부) 옌볜 룽딩은 슈퍼리그(1부)를 통틀어 ‘안방 강자’로 거듭났다.

지난해 을급리그(3부)에서 2부로 승격한 옌볜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팀을 8위(8승12무10패)로 이끌었다. 과거 옌볜 푸더라는 팀 명으로 1부 무대까지 누빈 옌볜은 스폰서 푸더 그룹과 관계가 어긋나고 재정난에 시달린 끝에 해체됐다. 이후 옌볜FC로 재창단한 뒤 옌볜 룽딩으로 팀 명을 바꿔 운영 중이다.

과거처럼 넉넉한 예산이 아닌 만큼 지난해 2부에 우선 남는 게 목표였는데 김 감독 체제에서 초과 달성한 셈이다. 이번시즌에도 흐름이 좋다. 11라운드를 치른 가운데 4승4무3패(승점 16)로 16개 팀 중 7위에 매겨져 있다.

특히 김 감독 체제에서 옌볜은 리그 홈경기 무패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홈 15경기에서 7승8무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이번시즌에도 현재까지 치른 5경기에서 3승2무를 기록 중이다. 김 감독 체제에서 홈 20연속경기 무패를 달리고 있다. 1,2부 통틀어 한 번도 나오지 않은 역사다. 포백을 기본으로 전방부터 강한 압박과 속도를 즐기는 김 감독의 색채가 옌볜에 녹아들고 있다.

스포츠서울과 전화로 만난 김 감독은 “중국이 워낙 땅이 크지 않느냐. 우리는 북쪽에 있는 팀이어서 광저우 등 남쪽으로 원정갈 때 비행기, 버스를 포함해 10~12시간 걸린다. 선수들 컨디션 관리가 쉽지 않다”며 “그럼에도 안방에서는 선수들이 지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또 “옌볜 시민이 워낙 축구를 좋아한다. 그런 열기가 선수에게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든든한 조력자 중 한 명은 과거 인천 유나이티드 사령탑 시절 사제 연을 맺은 브라질 출신 이보다. 김 감독이 2012~2014년 인천을 이끌며 리그에 ‘봉길매직’ 찬사를 받을 때 이보는 두 시즌(2012 2014)간 공격의 핵심으로 뛰었다.

1986년생으로 만 38세인 이보는 이후 중국 1부 허난 쏭산에서 장기간 활약했다. 선수 은퇴를 바라볼 나이지만 김 감독 러브콜을 받아들였다. 김 감독은 “이보에게 ‘마지막을 나와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흔쾌히 받아들이더라. 사실 허난과 비교해서 연봉을 10배 넘게 삭감하고 옌볜에 왔다. 우리 사정이 좋지 않은데 의리가 있는 친구”라고 웃었다.

김 감독은 이보가 좋아하는 섀도 스트라이커로 중용하면서 재미를 보고 있다. 또 지난해 K리그2 서울 이랜드에서 뛴 호난(브라질)도 수혈했다. 팀 내 최다 득점(5골)을 기록 중이다. 이보와 호난은 지난 25일 장시 루산과 홈경기에서 나란히 1골씩 터뜨리며 팀의 2-1 신승을 이끌기도 했다.

김 감독은 옌볜의 비상과 발맞춰 지도자로 한걸음 더 성장하고 있다. 그는 “옌볜 시민이 다시 자랑스러워할 축구단으로 만들고 싶다. 또 한국 축구인으로 명예를 걸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