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단 한 번도 없었다. 1985년부터 한 지붕 두 가족 시대가 열렸으나 정상에서 격돌한 적은 없다. 한 팀이 정규시즌 1위를 확정 짓고 다른 한 팀이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른 적은 많은데 한국시리즈(KS) 매치업까지 성사되지는 않았다.

올해는 가능할 수 있다. LG와 두산이 나란히 상위권이다. 무려 선두권이다. LG는 수성을, 두산은 뒤집기를 노리는 구도다. 최근 KIA가 주춤한 탓에 잠실 두 팀이 가장 뜨겁다.

LG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8일까지 32경기 승률이 0.688(22승10패)이다. 두산은 33경기에서 0.677(21승2무10패). 4월초 KIA가 원톱 구도를 만들었지만, LG와 두산이 상승 곡선을 그리며 3강 구도로 재편됐다. 잠실 더비 KS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양팀 전력이 그만큼 강하다. 디펜딩 챔피언 LG는 지난해 타선 폭발력을 재현하고 있다. 최근 15경기 111득점. 경기당 평균 7.4점이다. 콘택트, 출루, 장타에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까지 절묘한 조화가 돋보인다. 야수 베스트9의 수비도 최고 수준이다. 모든 포지션을 공수 겸장으로 채웠고 야수진 뎁스 또한 10구단 최강이다.

관건은 불펜. 선발은 이례적으로 안정됐는데 불펜은 지난 몇 년보다 훨씬 헐겁다. 고우석의 미국 진출과 이정용의 상무 입대. 팔꿈치 수술에서 복귀한 후 다시 이탈한 정우영 등 작년보다 양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올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명근도 부상으로 전반기를 마쳤다. LG 1위 수성의 키포인트가 된 불펜이다.

반면 두산은 불펜이 최대 강점이다. 시속 150㎞를 던지는 투수가 수두룩하다. 더불어 신구조화 또한 이상적이다. 홍건희 김강률 이영하 베테랑부터 신인 김택연과 3년차 이병헌 최지강. 2022년 신인왕 정철원 등 양과 질을 두루 갖췄다. 불펜 평균자책점 또한 4.09로 1위. 지난 8일 잠실 KIA전에서는 선발 김유성이 1이닝도 채우지 못한 채 강판됐지만 벌떼마운드로 역전승했다.

득점 공식도 LG만큼 다채롭다. 팀 홈런(70개) 1위, 팀 도루(85개) 2위다. 멀리 치고 많이 뛴다. 젊은 야수들의 성장세가 아쉬웠는데, 조수행 이유찬 전민재가 성장했다.

흥미 요소가 많을 수밖에 없다. 염경엽 감독과 이승엽 감독이 펼치는 ‘엽의 전쟁’은 흡사 거울을 바라보며 싸우는 미러전이 될 수 있다. 그만큼 팀 컬러가 비슷하다. 기본적으로 엔트리를 폭넓게 활용하며 한 박자 빠르게 마운드를 운영한다. 지난해 호된 루키 시즌을 치른 이 감독이 올해 달라진 점도 마운드 운영에 있다.

선수 히스토리도 흥미롭다. 미국에서 돌아온 뒤 두산에서 LG로 유니폼이 바뀐 김현수. 2021년 3월 LG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양석환이 캡틴 완장을 차고 있다.

더불어 양석환과 유니폼이 바뀐 LG 필승조 함덕주. 2013년 LG에 상위 지명된 강승호는 두산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두산의 두 번째 포수 또한 작년까지 LG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던 김기연이다.

성사만 되면 흥행 확률 100%다. 잠실구장 시대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관심은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 서울시 계획대로 잠실돔구장이 건립된다면 LG와 두산이 잠실구장을 사용하는 것은 2026년까지. 올해 포함 앞으로 3년밖에 남지 않은 구장에서 잠실 더비 KS가 성사되면, 한국 야구 역사에 굵직한 한 페이지가 만들어진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