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시즌 내내 불협화음이다. 처음으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 1군 무대에서 선을 보인 시범경기부터 전반기 종료가 다가오는 지금까지 그렇다. 현장과 프런트가 불통 상태임이 연일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범경기 첫날부터 그랬다. ABS 전면 도입과 피치클락 시범 운영을 두고 몇몇 감독이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시기상조” 혹은 “듣지 못한 일”이라며 새로 도입된 제도를 반박했다. 이후 우천 취소 규정부터 스리피트, 수비수의 베이스 막기, 체크 스윙 비디오 판독 포함, 반복된 심판 오심 등 이슈가 쉬지 않고 쏟아졌다. 최근에는 지난겨울 실행위원회(단장 회의)에서 통과된 올스타브레이크 기간 축소를 두고도 현장에서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현장 감독들의 요청은 일맥상통 ‘소통’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주요 안건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 감독을 향해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팀을 운영하는 주체인 만큼 자신들의 의견이 관철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소통 자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보통 연말 시상식에서 KBO 고위 관계자와 감독이 미팅을 갖는다. 이 자리에서 차기 시즌 도입되는 제도를 두고 논의한다. 지난겨울에는 ABS 스트라이크존의 범위를 두고 몇몇 감독이 의견을 전했다. KBO가 의견을 수용하면서 ABS 스트라이크존의 좌우 2㎝ 확대가 이뤄졌다.

하지만 안건 논의를 목적으로 시상식에 참가하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시상식은 수상이나 시상, 축하를 목적으로 한다. 고심하거나 공부하지 않으면 새로운 제도를 두고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비활동기 기간. 잠시 야구와 거리를 둔 채 구단 외적인 일에는 관심을 끄는 사령탑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자리를 마련하면 된다. 2019년까지 겨울마다 진행한 윈터 미팅을 다시 열고 10구단 감독과 KBO 총재, 사무총장, 운영팀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그동안 실행위원회에서 논의된 안건을 감독에게 전달해서 이른바 ‘끝장토론’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사례도 있다. 2016년 윈터미팅에서 염경엽 감독은 KBO와 심판진에 스트라이크존 확대를 주장했다. 당시 KBO 스트라이크존이 메이저리그에 비해 위아래가 짧다며 투수 육성을 위한 스트라이크존 정상화를 요청했다. 2014년 시작점을 찍은 타고투저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넓은 스트라이크존은 필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가오는 겨울에도 논의할 게 많은 KBO리그다. 정식 도입을 앞둔 피치클락과 이에 따른 견제구 제한에 대한 세부 수칙을 마련해야 한다. ABS를 두고 반복해서 나오는 스트라이크존 수정 주장을 두고도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물론 2026 WBC에서도 적용될 ‘투수 세 타자 의무 상대’ 규정 도입 시기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장의 요청을 마냥 수용하는 게 아닌 자리를 주체한 KBO가 현장과 절묘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최초 1000만 관중을 바라보는 올시즌이다. 이른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신드룸 이후 다시 찾아온 ‘골든 타임’. 물 들어왔다고 한두 번 노 젓고 끝나는 게 아닌, 지속적인 발전과 흥행을 위해 꾸준히 머리를 맞대야 한다.

가능성은 있다. KBO 관계자는 오는 겨울 윈터 미팅 주최를 두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