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의심과 뒤통수의 연속이다. 살인사건과 딸이 연루된 증거를 발견한 프로파일러 아빠.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내려앉지만 멈출 수 없고, 그럴수록 딸과 멀어진다. 범죄자의 마음은 꿰뚫어 봐도 딸의 마음은 알 수 없는 아빠 한석규와 선과 악을 판단하기 어려운 의문투성이 딸 채원빈의 심리전에 심장이 쫄깃해진다.

‘부녀 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의 신선함과 명품 배우 한석규와 새 얼굴 채원빈이 끌고 가는 팽팽한 긴장감, 여기에 심장을 조이는 감각적인 연출까지 훌륭하다. MBC 새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이친자’)가 작가, 감독, 배우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친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좇는 드라마다. 한석규는 범죄자의 심리를 꿰뚫는 최고의 프로파일러이지만 딸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아빠 장태수를, 채원빈은 비밀을 간직한 딸 장하빈 역을 맡았다.

지난 11일 첫 방송된 ‘이친자’는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5.6% 수도권 5.5%를 기록하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태수가 딸이 살인사건에 연관됐다는 것을 알고 짙은 한숨을 내쉬는 엔딩 장면에서는 최고 시청률이 6.4%까지 치솟았다.

‘이친자’ 다시보기가 제공되는 OTT 넷플릭스에서는 국내 TOP 10 시리즈 부문 1위에 올랐다. 넷플릭스 외에도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 토종 OTT 플랫폼에서도 1위를 싹쓸이했다. (2024년 10월 15일 기준)

‘이친자’의 중심에는 한석규가 있다. 장태수 그 자체가 된 한석규는 범죄자보다 읽기 어려운 딸의 의심스러운 행보에 흔들리는 아빠의 감정선을 세밀하면서도 힘 있게 끌어냈다. 표정, 눈빛만으로 화면을 장악하는 그의 존재감이 극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는 반응이다.

첫 주연작인 채원빈의 신선한 얼굴도 인상적이다. 한석규에게도 기죽지 않는 서늘한 분위기로 존재감을 발산한다. 부녀가 방문을 두고 심리전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이렇다 할 액션 없이도 극강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심리전으로 메워야 하는 드라마의 공백을 두 사람은 내밀한 연기로 가득 채웠다. 묵직하고 고요한 분위기에도 지루하지 않다.

송연화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도 몰입에 큰 몫을 담당한다. 부녀의 멀어진 마음의 거리만큼 길게 배치한 식탁, 마음의 문을 닫은 딸의 상태를 대변하는 닫힌 방 문 등 소품과 가구 등을 활용한 미장센과 스산한 분위기를 연출로 몰입도를 높인다.

여기에 범죄행동분석팀 이어진과 구대홍을 연기한 한예리와 노재원는 각각 대비된 프로파일러 캐릭터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사건 전개 속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현재 4회까지 공개된 ‘이친자’는 장태수가 딸 하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던 과거 전말이 드러나고 하빈의 숨겨진 비밀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더욱 긴장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4회에서 장태수의 죽은 전 아내이자 하빈의 엄마 윤지수(오연수 분)가 시체를 유기하는 충격적인 모습이 엔딩에 담겨 지수가 이 사건에 어떻게 연관이 된 것인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모든 것을 의심하게 하는 스토리가 시청자들의 과몰입을 유발하고 있는 가운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친자’가 5%대 시청률에서 반등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jaye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