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모든 게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 같았다. 포지션이 특히 그랬다. 2년 만에 가장 익숙하면서도 가치가 높은 유격수로 돌아왔다. 새 사령탑 또한 첫 시범 경기부터 클린업에 배치하며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음을 드러냈다.
정규시즌 시작점도 각별한 고척돔이었다.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 경기에서 주인공이 됐다. 키움 시절 홈구장인 고척돔에서 가장 유격수를 많이 소화한 그가 빅리그 주전 유격수로 금의환향했다. 마치 완성된 퍼즐처럼 2024시즌에 돌입했던 예비 프리에이전트(FA) 샌디에이고 김하성(29) 얘기다.
어느덧 전반기가 끝났다. 김하성은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와 경기로 전반기를 마쳤다. 이날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2출루. 97경기에 출장해 타율 0.226 10홈런 1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02로 전반기를 마쳤다. 올스타 브레이크에 돌입했고 오는 20일 클리블랜드와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후반기 첫 경기에 임한다.
두 자릿수 홈런과 도루는 긍정적인 부문. 그러나 타율과 OPS 모두 지난 2년보다 떨어졌다. 올시즌 ML가 투고타저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으나 wRC+(조정득점생산력) 또한 지난 2년보다 낮다. 2022년 106, 2023년 112였는데 전반기를 마친 시점에서 올해는 103이다.
장기인 수비도 다소 아쉽다. 실책 10개를 범했고 디펜시브 런 세이브(DRS) +2다. 아직 후반기가 남았지만 주전 유력수로 활약했던 2022년 DRS는 +10이었다. DRS는 호수비를 펼치면 올라가고 수비 에러나 실책성 수비를 범하면 내려가는 누적 기록이다.
공격과 수비가 두루 능한 유격수의 가치는 하늘을 찌른다. 올시즌 후 FA 자격을 행사할 수 있는 김하성도 그렇다. 2022년 증명한 유격수 수비력에 매년 상승하는 타격 지표를 이어간다면, 대형 계약을 기대할 수 있었다. 오는 겨울 FA 시장 최대어 중 한 명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기 모습만 놓고 보면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리그 전체 유격수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팬그래프 기준) 9위(2.4)로 수준급 활약을 이어가고 있으나 ‘톱 클래스’까지는 아니다. 지난해 17홈런·38도루를 넘어 내심 20홈런·40도루도 기대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후반기 폭주가 필요하다.
더불어 후반기 김하성이 어느 유니폼을 입고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4일까지 최근 10경기 8승 2패로 순항하며 포스트시즌을 바라봤던 샌디에이고는 이후 7경기에서 1승 6패에 그쳤다. 상승세가 꺾인 채 올스타 브레이크에 돌입했고 50승 49패로 전반기를 마쳤다.
포스트시즌 막차인 와일드카드 3위 뉴욕 메츠와 1경기 차이. 충분히 가을 야구를 바라볼 수 있으나 가을 야구를 확신할 수도 없다. 오는 31일 트레이드 마감일에 앞서 팀이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지 못하면 샌디에이고는 FA가 되는 김하성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비시즌마다 나오는 트레이드 루머가 다시 활개칠 시기가 됐다. 물음표를 안고 후반기에 돌입하는 가운데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시즌을 마치려면 팀의 반등도 필요하다. bng7@sportsseoul.com